원·달러 1470원 돌파하며 구두개입 이전 수준 근접 외환보유액 26억달러 소진에도 정부개입 효과 반짝 구윤철 G7 재무장관회의에 환율 실무진도 동행해
  • ▲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당국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까지 동원하며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구두 개입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다. 가까스로 눌러 놓았던 환율이 다시 치솟으면서 환율 상단이 1500원 선까지 열려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연간 20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투자 등 구조적 요인까지 겹치며 고환율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미하며 환율 정책 실무진까지 동행해 한·미 간 실질적 환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468.5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470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 연말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구두개입과 수급 안정 정책 효과는 보름을 채 버티지 못한 셈이다. 외환 당국의 잇단 개입에도 근본 처방은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은 여전히 원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면서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26억달러 감소했다. 12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40억 달러) 이후 28년 만에 최대  규모다. 원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당국이 보유 달러를 대거 풀어 시장에 쏟아부은 결과다. 정부는 서학개미에 경고성 메세지를 던지고 해외주식 양도세 감면이라는 유인책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이 시장 전반에 퍼지면서 자금은 달러 등 해외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주식만 19억4200만달러로 10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3억5700만달러)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당국의 시장 개입과 국민연금 환헤지로 지난달 29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429.80원까지 내려가며 사흘간 54원 가까이 급락했는데, 시장은 이를 '환율 안정 신호'가 아니라 '달러를 싸게 살 기회'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위적 개입이 기대심리를 되돌리지 못한채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베팅을 부추긴 셈이 됐다. 외환당국과 원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외환시장에서는 1500원 미만이 사실상 외환당국의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박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외자산 구조와 대외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환당국은 일관된 정책 대응을 통해 경제주체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제고를 통해 투자 환경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본흐름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400원대 후반을 저지선으로 삼은 외환당국의 의지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확인됐지만, 환율의 균형점이 이미 높아져 대외 투자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구 부총리가 G7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한 방미 일정에 환율 정책 실무진이 동행했다. 지난해 미국과 환율 협상을 했던 최지영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외화자금과장이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는 국면인 만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통화스와프 등 환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10월 타결한 환율 합의문에는 한미 재무당국이 외환시장 상황과 안정을 모니터링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유사시 시장안정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