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실패'에 발목 잡힌 기획처 … 18년 만의 부활 무색 수장 공백 장기화에 정책 드라이브 상실·인사 지연 우려도재정전략 '시계제로' … 청문회까지 최소 1개월 이상 소요 당초 하마평 올랐던 임기근·류덕현·안도걸 등 차기 후보군 부상
  • ▲ 기획예산처. ⓒ연합뉴스
    ▲ 기획예산처. ⓒ연합뉴스
    18년 만에 부활해 새 출발한 기획예산처가 출범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이혜훈 기획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다. 수장 공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직의 초반 추진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장관 후보자 지명과 인사청문회 절차까지 고려하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주요 현안들 역시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관가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의 낙마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지명 직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제기되며 가시밭길 청문회가 예고됐던 데다, '로또 아피트 부정 청약' 의혹이 국민 공분을 사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론 부담이 커진 만큼 지명 철회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기획처는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예산처 전 직원은 경제 대도약과 구조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민생안정과 국정과제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에는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주요 업무 추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관가에서는 18년 만에 복귀한 기획처의 행보가 과거와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세 부처'였던 것과는 달리, 현 기획처는 출범 직후부터 장관 인선 문제로 내상을 입으며 조직 운영과 정책 주도력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새정부 들어 신설한 기획처의 장관직 인선이 처음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후속 인선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당분간 기획처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책 판단을 총괄할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에서 예산 편성 절차에 추진력을 싣기 어렵게 됐다. 700조원대의 국가 예산을 다루는 부처 특성상 국회와 부처를 상대로 한 조정과 설득이 중요한데,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예산 재정 컨트롤타워' 기능에도 제약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확장 재정 기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무대행 체제만으로 각 부처의 재정 사업을 원활히 조율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리더십 공백의 영향은 조만간 발표를 앞둔 주요 정책 과제들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전략 발표 당시 기획처가 1분기 내 1000억원 규모의 임대형민자사업(BTL) 특별인프라펀드 신설 등 민간투자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연기금 기금윤용평가 기준수익률에 코스닥지수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으로, 이달 중 구체적인 비율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안들은 직무대행체제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기획처가 예고했던 '미래비전 2050(가칭)'을 비롯한 중장기 국가전략발전 수립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처가 발표한 '비전 2030'을 잇는 최신 국가전략발전 청사진으로, 중장기전략위원회와 미래 전략 과제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리더십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정책 동력이 상당 기간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 내부 인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재 기획조정실장(1급)과 예산 라인 핵심인 예산총괄심의관(2급) 등의 핵심 보직이 공석인데다  2~3월에는 과장급 정기인사도 앞두고 있어 인사 운영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획처 장관 후보군으로는 임기근 기획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과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이전부터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다. 

    임 직무대행은 예산 실무를 오래 맡아 온 정통관료로 정치인 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 요소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보좌관은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로 한국조세연구원을 거친 재정분야 전문가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인물이다. 안 의원은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으로 예산실장을 지낸 '예산통'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