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펠레그리노·알렉스뱅크·바이오젠 사례로 본 '1% 블랙유머' 전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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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드라이히가 돌아왔다(Friedreich's Back) 캠페인 영상 갈무리. ⓒ칸라이언즈
과잉 미디어 환경 속, 사람들은 자신을 웃게 만드는 콘텐츠를 선택한다. 그것이 광고일지라도. 그 중에서도 블랙 유머는 위험하면서도 강력한 선택지다.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웃음으로 정면 돌파하는 블랙 유머는 타깃을 정확히 겨냥하고, 과잉된 메시지 속에서 브랜드를 살아남게 만든다.3일 브랜드브리프는 블랙 유머를 소셜미디어 문법에 맞춰 자발적 확산과 참여를 만든 캠페인들의 용감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분석했다.칸타(Kantar) 분석에 따르면 유머를 활용한 광고는 전체의 33% 수준이고, 이 중 단 1%의 광고만이 블랙 유머를 사용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블랙 유머가 성공적일 경우 강력한 참여도와 브랜드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다.특히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새로운 유머 스타일의 진화를 촉진했다.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문화가 형성되고 있으며, 브랜드는 타깃 오디언스를 단순한 인구통계가 아닌 문화적 감각으로 이해해야 한다.가령 스냅챗(Snapchat)에선 말장난이 인기라면, 틱톡에서는 빠르고 풍자적인 유머, 편집을 활용한 감각적 코미디가 잘 통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유머, 공유를 통한 유대 형성에 집중하는 반면, 유튜브는 스토리 기반의 완성도 높은 포맷이 선호된다.최근 국제 광고제에서 주목받은 사례들 역시 불편한 현실을 웃음으로 꺼내되 소셜미디어 환경에 맞게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제목: 사랑을 담아, 이탈리아에서 보냅니다(With Love, Italy)출품사: 오길비 뉴욕(OGILVY, NEW YORK)브랜드: 네슬레(NESTLE)수상: 2025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Film Craft) 부문 브론즈릴스→유튜브→영화까지… 엔터테인먼트가 된 광고산펠레그리노(Sanpellegrino)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탄산수 라인 '차오!(CIAO!)'를 선보이며 소셜 캠페인 '사랑을 담아, 이탈리아에서 보냅니다(With Love, Italy)'를 공개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9부작 시리즈다.미국 소비자의 70%가 탄산수를 '맛이 밋밋하다'고 인식하고 있기에 산펠레그리노는 CIAO!에 담긴 실제 이탈리아 과일 주스와 시칠리아산 소금 등 차별화된 원료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탈리아 헤리티지를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해법으로 삼았다.크리에이티브의 중심에는 TV 시리즈 '소프라노스(The Sopranos)'로 잘 알려진 배우 마이클 임페리올리(Michael Imperioli)와 스티브 쉬리파(Steve Schirripa)가 있다. 극중 마피아 캐릭터를 연기했던 두 배우는 CIAO!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선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각인된 무서운 이미지로 인해 아무도 선물을 받으려 하지 않아, 이야기는 유머러스한 긴장을 만들어낸다.선물 전달에 실패한 이들은 결국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한다. CIAO!를 이탈리아식으로, 즉 친구와 가족을 통해 나누고 전파해 나간다. 이는 캠페인을 단순한 브랜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커뮤니티 참여형 서사로 확장시키는 장치로 작동시켰다.모든 콘텐츠는 플랫폼별 특성에 맞춰 편집돼 광고가 아닌 '공유하고 싶은 엔터테인먼트'로 설계됐다. 캠페인 에피소드들은 이후 단편 영화 '좋은 녀석들(The Nice Guys)'로 재구성돼 캠페인의 수명과 도달 범위를 한층 확장했다.해당 캠페인은 미국 영화 정보 모음 사이트 IMDb 등을 포함한 59개 매체를 통해 총 7억8100만회의 노출을 기록했다. 사실상 미국 전 국민에게 두 차례 이상 도달한 셈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단 2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391일 10시간 36분을 달성했다. 최근 5년 간 산펠레그리노 콘텐츠 가운데 최고 성과다. 실제 CIAO! 매출도 50% 증가해, 캠페인 첫 2주 동안 110만달러(한화 약 1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제품 출시 이후 최대 주간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 제목: 당신의 저축을 지켜라(Save Your Savings)출품사: VML 카이로(VML, CAIRO)브랜드: 알렉스뱅크(ALEXBANK)수상: 2025 두바이링스(DUBAI LYNX) 필름(Film) 부문 브론즈 2개집에 숨긴 돈의 웃픈 결말, 은행 문을 열다알렉스뱅크는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저축 계좌 '에브다(Ebda'a)'를 선보이며, 은행 계좌 개설에 대한 행동 변화를 이끄는 캠페인을 전개했다.Ebda'a는 '시작하다(Begin)'라는 의미를 담은 계좌로, 신분증만으로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으며 월 14%의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계좌 개설 수수료와 유지비가 없고, 최소 잔액 조건도 없어 기존 금융 시스템 진입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을 위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이번 이니셔티브는 금융 시스템 밖에 머물러 있던 대중을 실제 계좌 개설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편의 단편 영화는 타깃 계층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안전하다고 믿고 집 안 어딘가에 현금을 숨겨두는 장면에서 시작된다.한 편에서는 할머니가 유언을 통해 결혼 자금, 병원비, 보석금을 각각 디스펜서, 빨간 쿠션, 반바지에 숨겨두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디스펜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쿠션은 중고 매장에 팔렸으며, 반바지는 세탁돼버린 상태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선택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이 같은 설정을 통해 캠페인은 은행 계좌야말로 저축을 위한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복잡한 금융 설명 대신 일상의 불안과 후회를 통해 계좌 개설의 필요성을 공감시키는 방식이다.실제 캠페인 이후 Ebda’a 계좌 수는 60% 증가했고, 총 예치 잔액은 70% 늘어났다. 특히 2024년 9월 이후 캠페인 기간 동안 개설된 Ebda’a 계좌는 2024년 전체 신규 계좌의 49%를 차지했다.
- 제목: 프리드라이히가 돌아왔다(Friedreich's Back)출품사: 21그램 뉴욕(21GRAMS, NEW YORK)브랜드: 바이오젠(BIOGEN)수상: 2025 칸라이언즈 제약(Pharma) 부문 골드희귀병 환자의 언어가 된 블랙 유머바이오젠이 초희귀 말기 질환인 프리드라이히 운동실조증(FA)의 치료제, 스카이클라리스(SKYCLARYS)를 알리기 위해 블랙 유머를 사용한 이유는 분명했다. 환자들이 질병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블랙 유머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FA는 대다수가 십 대에 진단을 받는데, 환자 수 자체가 극히 적다. 의료진조차 잘 알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으며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웃음을 통해 현실을 직면하고 연대하고 있다.이에 스카이클라리스는 전통적인 의사 중심 커뮤니케이션 대신 다크 코미디 소셜 시리즈를 선택했다. FA를 1863년에 처음 발견한 인물, 니콜라우스 프리드라이히를 현대로 되살려 질병과 치료제를 설명하는 전문가로 등장시켰다. 환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의사 대신, 질병 그 자체의 기원을 상징하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회사는 대본 단계부터 최종 편집까지, 질병을 가볍게 소비하거나 선을 넘지 않도록 매 단계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약 광고 규정상 필수적인 고지 사항과 안전성 정보 균형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에 법적인 장벽도 있었고, 그 와중에도 코미디의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전 세계 환자 수가 약 1만5000명에 불과함에도 이 캠페인은 공개 3주만에 틱톡과 메타를 통틀어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누적 조회 수는 1000만회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체 환자 수의 약 60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는 행동 변화였다. 캠페인을 통해 5000건 이상의 스카이클라리스 웹사이트 전환이 발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처방 증가와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 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처음으로 치료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한편 2026 칸라이언즈는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며 출품 및 참관 관련 내용은 칸라이언즈서울로 문의하면 된다. 이 외에 25만여개가 넘는 글로벌 캠페인의 다양한 정보는 칸라이언즈 아카이브 러브더워크(love the wo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