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5% 관세 추진에 정책 불확실성 확대식품·뷰티·패션 업계, 생산 구조 따라 체감 온도차 뚜렷업계 "단기 변수 아냐" … 기존 대응 전략 전면 재점검
-
- ▲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유통업계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판결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직후 관세율 재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5% 일괄 글로벌 관세 도입이 추진되면서 무역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기보다 상시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관세율의 높낮이보다도 정책 변화가 반복되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점을 더 큰 부담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관세율이 15% 수준에서 유지되는 흐름이지만 연장 여부나 추가 조치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가격 정책과 투자 계획을 중장기 관점에서 설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인 만큼 관세 정책 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전체 수출액 136억달러 가운데 미국 비중은 18억달러(13.2%)로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대미 관세가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음식료품 수출액이 최대 14.3%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기반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 간 체감 온도 차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 판매법인은 있지만 현지 생산공장이 없는 기업들은 국내 생산 물량을 그대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관세 부담이 비용에 직접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시 현지 소비자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주요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하는 기업들은 이번 관세 이슈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판매 물량 대부분을 현지 생산으로 소화하고 있어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다"고 봤다.
화장품업계 역시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장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약 22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손민영 KB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15%는 위법 판결로 무효화됐지만 무역법 202조에 근거해 동일한 관세율이 150일간 한시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인 이익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일괄 15% 관세가 적용될 경우 중국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에 의존하는 해외 브랜드들의 비용 부담이 완화되면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지목됐다. -
- ▲ 대형마트 식품 코너 ⓒ연합
패션업계는 생산 구조상 관세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인건비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국내 섬유, 의류 제조 기업 상당수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20% 안팎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동남아 생산 기반 자체가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했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섬유, 의류 제품의 미국 수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원가 부담이 수출 단가와 소비자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시 관세가 실제로 어떤 품목과 원산지에 적용될지 예외 규정은 어떻게 될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이런 부분을 따져보면서 전략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봤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기 변수로 보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관세 이슈가 다시 한 번 확대되면서 기존 대응 전략을 점검해야 할 분기점에 서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무역협회는 "관세 환급 가능성은 열렸지만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기업들은 관련 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