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검토 … 전자상거래 예외 조항 논의오프라인은 규제·이커머스는 성장"상인·노동계 반발 속 업계는 기대와 경계 교차"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유통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에 묶인 반면 이커머스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새벽배송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는 점에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실무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외 온라인 주문·배송을 제한해온 이른바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2012년 1월 시행된 이후 2013년 개정을 거쳐 현재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의 의무휴업일로 정착됐다.

    당정청은 이 조항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심야 시간에도 온라인 주문 물량을 포장·반출하고 배송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 영업 제한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정은 그동안의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는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는 문제의식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로 발이 묶인 사이 이커머스는 규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새벽배송 경쟁력을 빠르게 키웠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 내 온라인 유통업 비중은 59%에 달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점유율은 각각 9.8%, 2.2%에 그쳤다. 각사에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쿠팡 매출이 210% 증가하는 동안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은 4.7%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세가 크게 엇갈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 해소는 쿠팡 등 이커머스와의 기울어진 경쟁 환경을 일부 바로잡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대형마트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슈퍼마켓 가맹점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 완화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입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에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지역 상권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 역시 야간 노동 확대가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의 방향과 우선순위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의미가 있지만 규제 완화의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며 "대형마트 규제 가운데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은 소비자 이동과 오프라인 유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소비 활성화는 자영업자와 영세 상인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