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육박·유가 100달러 돌파수입 간식·맥주 발주 중단 사례도유통 경기전망지수 79 냉랭 전쟁·금융 불안에 소비 위축 변수
  • ▲ 이란이 드론으로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 이란이 드론으로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이란 전쟁 격화 여파가 국내 유통업계로 번지면서 공급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수입 식품과 주류에서 발주 중단과 입고 지연 사례가 나타나는 가운데 물류 차질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외식과 패션, 화장품 등 선택 소비 둔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산 초콜릿 밀카버블리는 최근 편의점 채널에서 발주가 중단됐고 일부 맥주 제품도 공급 불안정을 이유로 발주가 막혔다.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뿐 아니라 공산품과 소비재 해상 물류 전반에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유통 채널에서는 수입 간식과 주류를 중심으로 입고 지연이 먼저 나타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최근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선박 공격과 해상 통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물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상 운송 변수 확대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 소비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물류망 변화는 화장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DHL의 중동 항공 특송 서비스가 지난 3일부터 중단되면서 해당 지역 주문을 일시 중지했고 CJ올리브영 글로벌몰도 일부 국가 배송 지연 가능성을 안내했다.

    이처럼 전쟁 여파로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흐름 변화 가능성도 함께 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소비 심리가 급격히 꺾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보다 1.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CCSI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87.9까지 급락한 뒤 지난해 5월 기준값(100)을 회복하며 110선 안팎에서 움직여 왔다. 하지만 최근 전쟁과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변수로 소비심리 회복 흐름이 다시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위기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 사이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사모대출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중동 지역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대외 충격이 다시 실물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체감 경기도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9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고물가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금리 부담과 환율 변동성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회복 기대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이 설립 10년 만에 파산 선고를 받으며 시장에서 퇴장했다.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 사태에 이어 유통 플랫폼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친환경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도 회생 절차가 장기화하고 있다. 회생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필수 지출 중심으로 소비를 재편할 수밖에 없어 선택적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비 급랭이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소비 위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