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쏘아 올린 상승 랠리…불장 뒤편 셈법 복잡해진 보험가 '긴장'자사주 소각하면 K-ICS(건전성) 하락할라…경영권 방어막 붕괴 우려도
  • ▲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감에 보험주들이 불기둥을 뿜으며 질주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제미나이
    ▲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감에 보험주들이 불기둥을 뿜으며 질주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제미나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감에 보험주들이 불기둥을 뿜으며 질주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자사주 소각 카드가 주가 부양에 '주엔진'을 달아주고 있지만 지배구조를 흔드는 독이 될 수 있어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월 2일 종가 대비 이날 시가 기준 KRX 보험지수는 2653.69에서 3862.44로 45.55% 급등했다. 코스피가 4309.63에서 5903,11로 36.9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초과 수익을 기록하며 지수 견인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KRX 보험지수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생명,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등 10개 상장 보험사로 이뤄져 있다. 

    보험주 강세 배경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있다. 해당 개정안은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4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이달 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기대감에 자사주 비중이 작지 않은 보험주 신고가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사주 비중이 10%가 넘는 보험 상장사는 6곳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26.3%), DB손해보험(15.2%),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현대해상(12.3%), 삼성생명(10.21%) 등이다. 이들 기업 상당수가 소각 의무화 시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에 근본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아직 소각 논의에 침묵을 지키는 분위기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다. IFRS17 체제에서 자사주 소각은 자본 총계 감소로 이어져  K-ICS(신지급여력비율) 지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 등을 많이 보유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장래에 지급하기 위해 쌓는 해약환급금으로 적립해야 해 자사주 소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이다. 아울러 장기부채를 많이 갖고 있어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동성도 커 한발 물러나 있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이유로 대다수 보험사들(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이번 결산에서 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자사주를 향후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보이면서 매각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더해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 총계 감소로 인해 금융지주사 강제 전환 요건 저촉 가능성이 커지는 등 그룹 지배구조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과 유배당보험 계약자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경영권 약화 우려도 변수다. 현대해상은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왔으며, 2009년 신탁계약 해지 이후 2020년 매입 재개 전까지 약 10년의 공백을 제외하면 장기간 자사주를 축적해왔다. 오랜 기간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으로 관리해 온 만큼, 업계에선 이 같은 지배구조 요인이 자사주 축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가장 큰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자사주 강제 소각이 현실화되면 유통주식 수 감소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의 지분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지분 95%)과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상장 유지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2월 해명 공시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계열사의 지분 확대에 대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별 셈법이 복잡하고 다른 만큼 향후 자사주 소각 법 관련 법 개정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