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대표 등 이사진 4명 다음달 임기 만료대주주·대표이사 경영 충돌에 이사회 재편 변수 부상4자 연합 결속력 다시 시험대 … 주총 안건 '주목'
  •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는 가운데 한미약품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며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화한 지 1년 만에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독립성과 대주주의 감시 역할에서 촉발된 지배구조 리스크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전체 이사 10명 가운데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만료 대상은 사내이사인 박재현 대표이사와 박명희 전무, 사외이사인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와 윤도흠 차의과학대학교 의무부총장이다. 

    박재현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R&D와 경영 전반을 두루 거친 '정통 한미맨'이다.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으며 연구,생산 현장과 본사를 모두 경험했으며 2023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한 차례 해임 위기를 겪었지만 자리를 지켰다. 이후 2024년 말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후 승기를 잡은 4자 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화하면서 박 대표는 회사의 안정과 성장을 이끌었다. 

    박재현 대표는 실적과 R&D, 주가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6.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 역시 1년 새 저점 대비 200% 이상 상승했다.

    또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복합신약을 앞세워 8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액 1위를 유지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올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금 창출력 역시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 비위 사건을 둘러싸고 박 대표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신동국 회장이 성추행 고위 임원을 비호하며 징계 절차에 압력을 행사했고, 원료의약품 구매 등 경영 전반에도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한미약품 임원진과 평택·팔탄공장 직원들은 본사 1층에서 집회를 열고 직접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성 비위 임원의 징계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선을 넘는 경영 간섭도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박재현 대표 측은 "신동국 회장이 가해자인 임원에 먼저 전화해 조사될 사항 등을 알려주며 회사 조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신 회장이 측근 임원에게 가해자 '사표를 수리하지 말라'는 취지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보고됐으며, 이에 심각한 압박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이어 "2차 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의견을 냈지만 신동국 회장 측근 및 관장 부서 임원 등이 징계를 반대했다"면서 "이후 신회장과의 면담에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신동국 대주주에게 표명했으나 면박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한 지 1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것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신 회장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주현 부회장, 사모펀드 킬링턴 등은 경영권 분쟁 이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하는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결국 관건은 다음 달 정기 주총이다. 박재현 대표 연임으로 이사회가 정리될 경우 갈등은 일정 부분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반면 이사 선임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박 대표의 연임이 무산될 경우 갈등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모녀 측과 형제 측의 대립 속에서 신 회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4자 연합이 형성되며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내부 결속력이 얼마나 견고한지는 이번 사안을 통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사안은 성 비위 사건 처리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본질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과 대주주의 감시 역할 경계 설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의 주총 소집 공시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약품은 아직 주총 상정 안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정기 주총에서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그리고 박 대표의 연임 여부가 어떻게 결론 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개인과 회사인 한양정밀 지분을 합쳐 3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송영숙 회장 3.38%, 임주현 부회장 7.57%, 임종윤 3.20%, 임종훈 5.09%, 사모펀드 킬링턴이 9.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말부터 이사회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돌았다"며 "누가 사내이사 후보로 오르는 지에 따라 향후 경영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어 이번 정기 주총 안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