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험사 임직원들 잇따라 중국행… 선진 AI 견학·연수"3분 견적·1시간 수리"…中 보험사, 기술전문 조직 통해 핵심 기술 내부화규제 압박 속 방향 잃은 보험 AI 전환…성장 동력 대신 규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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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들어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와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 임직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험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선진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모델은 단연 '핑안(平安·평안)보험'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이다. ⓒ제미나이
모바일 금융과 디지털 서비스에서 앞서 있다는 'IT 강국'의 자부심과 달리, 한국 보험 산업의 AI 전환 현장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보험금 지급은 물론 의료 영상 판독과 자동차 손상 판단까지 AI로 재편한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 보험사들은 여전히 비용 절감과 민원 응대에 초점을 맞춘 제한적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국내 보험업계는 뒤늦게 중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처지에 놓였다.◇ 앞서간 중국, 뒤따르는 한국 … 보험사들 잇단 방문국내 보험업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와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 임직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험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선진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모델은 '핑안(平安·평안)보험'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이다.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보험연수원 주도로 업계 상품개발 및 고객 관리, IT개발 담당 임직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중국 보험·AI 벤치마킹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AI를 '업무 보조'가 아닌 '주체'로 삼고 있는 핑안보험은 국제 신용평가사 A.M. Best에 따르면 세계 4위(2024년 말 순비은행자산 기준)에 등극했다. 회사에 따르면 전체 서비스의 82%를 AI가 담당하며, AI를 통해 달성한 판매액은 전체의 49%인 3440억위안(약 64조원) 이상이다. 광학문자인식(OCR)기술을 통해 청구 자료수집, 손실 평가 등 264만 시간의 업무 절감 효과를 보고, 연체대출 회수 업무에 AI를 적용해 30일만에 72%의 연체 대출을 회수하는 등 금융 본연의 기능을 고도화했다.고객 체감 효과도 크다. 자동차 사고 시 손상 AI가 CCTV 영상과 사진을 분석해 과실 비중을 확인한 후 3분 안에 견적을 내고 1시간 안에 수리를 마치면서 보험금 지급을 초고속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기술 자회사 원커넥트(OneConnect)가 있다. 외부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의존하는 국내 보험사와 달리, 핑안보험은 거대한 기술 전문 조직을 내재화하는 등 기술을 보험업의 본질로 정의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AI를 '방패'로 쓰는 보험업계 … 성장 동력은 실종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국내 보험 산업에서 AI 전환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이를 헬스케어 사업으로 연결하는 속도에서도 한중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삼정KPMG '보험 리부트(Re:Boot)'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병원 예약 대행 등 단순 건강 기록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AI 기반 예방·관리형 보험 모델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이미 선진 보험사들은 웨어러블 기기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보험 상품을 내놓고, 병원·제약사와 연계해 비대면 의료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핑안보험의 헬스케어 자회사 '핑안굿닥터'가 대표적 예다.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환경이 국내 보험사의 AI 도입 논의 자체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보다 방어적으로 작동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수익성 중심으로 설계된 보험사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손질을 요구하며 민원 감축과 리스크 관리 압박을 높이자, 보험업계는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보다는 규제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불완전 판매 사전 탐지나 고객 민원 대응, 손해율 관리 등 방어적 영역에서의 활용이 중심을 이루면서, AI를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한 중국과의 격차를 오히려 키우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