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서 계열사 지분 매수 … 시장선 '오너 확신' 신호매수 후 파나진 18%-이노베이션 23%-테라퓨틱스 20% 상승CAR-T, NK치료제, AOC 등 핵심 임상 이벤트 앞두고 존재감 부각실적-주가 회복 땐 배당 수익 확대도 … '블랙록' 지분 확보 더해 관심 집중
  • ▲ 진양곤 HLB그룹 의장. ⓒHLB그룹
    ▲ 진양곤 HLB그룹 의장. ⓒHLB그룹
    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최근 계열사 주식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책임경영 행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상징적 조치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진양곤 의장은 4일 장내에서 HLB파나진 7만1000주(1억2538만원), HLB이노베이션 3만8000주(9758만원), HLB테라퓨틱스 3만3000주(8481만원)를 매수했다.

    미국과 이란간 충돌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날이었다. 당일 코스피는 12.05%, 코스닥은 13.99% 하락하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오너가 직접 지분을 늘린 점은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가도 반등 흐름을 보였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HLB파나진은 4일 대비 18.50%, HLB이노베이션은 23.26%, HLB테라퓨틱스는 20.62%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오너의 지분 매수가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 내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가 직접 투자에 나섰다는 점 자체가 투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장내 매수를 기업 내부에서 바라보는 성장 전망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큰 바이오기업의 경우 이러한 행보가 투심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앞서 진 의장은 올 들어 아홉 차례에 걸쳐 HLB이노베이션 16만주를, 세 차례에 걸쳐 HLB파나진 37만811주를 장내 매입하며 회사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보여왔다.

    HLB그룹 관계자는 "전쟁과 같은 대외변수는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계열사들이 축적해 온 기술력과 사업성과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책임경영과 기업가치에 대한 확신 차원에서 지분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지분을 늘린 세 회사는 모두 주요 신약개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투자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LB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고형암 CAR-T 치료제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상 데이터에 따라 기업가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이벤트다.

    HLB테라퓨틱스 역시 자회사 리젠트리가 개발 중인 신경영양성 각막염(NK)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6월 공개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인 만큼 성공 여부에 시장 관심이 집중돼 있다.

    HLB파나진은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기반 신약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OC는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거론되는 기술이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등 주요 이벤트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수가 이러한 이벤트 국면을 앞둔 시점에서 시장 신뢰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주요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서 오너가 지분을 확대한 점은 단순한 책임경영 차원을 넘어선 포석으로 읽힌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지분 확대는 곧 지배력 강화와 연결된다. 계열사 가치가 상승할 경우 오너 지분가치 역시 동시에 올라가는 구조다.

    여기에 주가가 반등하면 배당 기반도 커질 수 있다. 배당 확대가 공식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향후 주주환원정책의 수혜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지분 매수는 시장에 신뢰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오너 지배력과 지분가치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다층적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락장에서 오너가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 자체가 시장에는 강한 메시지"라며 "책임경영이라는 명분과 함께 전략적 투자 성격도 동시에 담긴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HLB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며 지분 보유 공시에 나섰다.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해 공시한 것은 HLB가 처음이다.

    통상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자의 지분 공시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일종의 '신뢰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오너의 연이은 지분 매수와 글로벌 기관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HLB그룹에 대한 시장 관심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