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율 10년래 최고, 중기·PF 부실 ‘동시 폭발’이란發 긴축 재점화 … 금리 상승에 취약차주 직격탄환율 1500원 압박·유가 급등 … 금융비용 ‘눈덩이’유가·금리·환율 삼중 압박 … “부실 이제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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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금리 충격이 금융권 심장부를 직접 두드리기 시작했다. 은행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부동산 PF와 자영업자 대출 부실까지 겹치면서 잠재 리스크가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까지 동시에 압박하면서 시장에서는 '부실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계감이 짙어지는 분위기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0.36%) 대비 두 달 만에 0.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0.67%로 0.17%포인트 급등하며 부실 확산의 중심에 섰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40%로 올라 자산 건전성 악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개별 은행에서는 더 가파른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0%까지 올라 1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PF 관련 대출이 부실로 분류되며 대기업 연체율이 급등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연체율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단계"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금리 환경도 부담을 키운다. 이란 사태 이후 시장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월 말 3.57%에서 최근 3.90% 안팎까지 상승했다. 약 20일 만에 0.33%포인트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1년물도 2.90%에서 3.03% 수준으로 상승했다.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역시 다시 긴축으로 기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추가 긴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확대될 경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이 같은 흐름은 대출 부실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쟁 이후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F 부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연체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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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수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하며 뉴노멀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 외화부채가 약 690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100원 오를 때마다 원화 기준 부담이 약 90조원 늘어나는 구조다.유가 역시 부담 요인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자물가는 약 1.1%포인트 상승하고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가 15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최대 2.9%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비용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이미 실물경제의 체력은 약해진 상태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이 빠르게 떨어진 가운데 PF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이 장중 1500원에 근접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며 기업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외화부채 약 6900억달러 규모를 감안하면 환율 상승은 곧바로 재무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불안 신호가 포착된다. 약 1조 8000억달러 규모의 사모대출 시장에서 환매 제한 사례가 등장하며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 시장을 두고 "2008년 금융위기의 전조와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고유가와 금리 상승, 부채 확대가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가 당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국내 은행권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고 대출 자산 점검을 강화하는 등 방어적 대응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160~18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추가 적립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문제는 정책 환경이다. 금융당국은 경기 대응을 위해 금융권의 기업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와 정책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연체율 상승과 금리 부담, 대출 확대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 부담'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시장에서는 지금의 흐름을 '회색 코뿔소'가 현실화되는 초기 국면으로 본다. 충분히 예견된 위험이지만 대응이 늦어지며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다.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물경제 충격이 누적되는 국면에서는 금융 부실이 뒤늦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 유가, 환율이 동시에 움직이는 현재 구조에서는 부실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