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총 도입·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 주주권 구조 손질로봇·액추에이터·AIDC 냉각·스마트팩토리 전면에 … 가전 넘어 B2B·플랫폼 기업 전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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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 주주총회ⓒ뉴데일리
LG전자가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더 이상 전통적인 생활가전 회사에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주주권 행사 구조를 손보는 한편, 로봇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스마트팩토리, AI홈을 미래 성장축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가전과 TV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고수익 B2B(기업간거래)와 플랫폼, 미래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방향이 이번 주총에서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다.겉으로는 배당 확대와 자기주식 소각 안건이 포함됐지만, 이번 주총의 핵심은 주주권 구조를 손질하는 정관 변경과 사업 전환 전략에 있었다. 류재철 CEO가 직접 전사 전략과 미래사업 방향을 제시하면서, LG전자가 자본시장과 사업 현장에 동시에 보낸 메시지는 예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자사주 소각은 상징적 … 주총 본질은 주주권 정비이날 LG전자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자기주식 소각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으로 구성됐다.소각 대상은 보통주 1749주, 우선주 4693주 등 총6442주다. 이는 대규모 주주환원 카드라기보다 과거 2000년 LG정보통신 합병과 2002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단주를 정리하는 의미가 크다. 시장이 이번 주총을 주주환원 이벤트보다 제도 정비의 장으로 보는 이유다.실제 핵심은 정관 변경에 있었다. LG전자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독립이사 명칭 변경, 감사위원 선·해임 시 의결권 제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류재철 첫 주총 메시지 … 가전 수익성 지키며 B2B·플랫폼 키운다류재철 LG전자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전사 전략 발표에서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주력 사업의 초격차 확대, B2B·플랫폼·D2X(다이렉트 투 에브리씽) 중심의 질적 성장, 미래 성장동력의 전략적 육성, AX(AI 전환)를 통한 일하는 방식 혁신이다. 기존 사업의 제품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 매출·이익·브랜드 선순환을 만들고, 육성 사업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LG전자는 일부 사업에서 출시 속도를 2배 높이고 원가를 20% 이상 개선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다른 지역과 제품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육성 사업은 B2B, 플랫폼, D2X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매출 1.7배, 이익 2.4배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성장 지역으로는 인도·브라질·사우디를 묶은 글로벌 사우스를 제시하며 2030년까지 관련 사업 규모를 2배로 키우겠다고 했다.이날 각 사업본부장의 설명은 이런 전사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HS사업본부는 B2C 중심 생활가전의 수익성을 보강하는 한편, B2B 비중이 큰 빌트인·컴포넌트·신규 사업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동시에 AI가전과 AI홈을 빠르게 구현해 일회성 제품 판매를 넘어 공간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와이파이 가전 비중을 높이고 AI홈 허브를 통해 고객 패턴을 학습·예측하는 구조를 강화해 ‘제로 레이버 홈’ 구상을 현실화하겠다는 설명이다.MS사업본부는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언급하며 수익성 개선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실질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에 따른 트레이드다운 소비, 중국 저가 브랜드 확산, 메모리와 LCD 패널 가격 상승, 미국 관세와 중동 정세 등 복합 변수를 부담으로 꼽았다. 다만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프리미엄 초대형 디스플레이 수요, AI 기반 화질·음질 최적화 기술 확산은 기회 요인으로 제시됐다.박형세 MS사업본부장은 올해 CES에서 공개한 9mm대 무선 전송 기술 기반 TV를 통해 OLED TV 리더십을 더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프리미엄 LCD 라인업 보강, 게이밍 모니터와 오디오 등 차별화 제품 확대, 해외 생산법인 스마트라인 확대와 재고·물류 최적화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webOS 플랫폼은 두 자릿수 성장률과 높은 수익성을 지속하는 전략 사업으로 규정하고, 광고·콘텐츠 추천·크로스미디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설명했다.VS사업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부품, 차량용 램프를 3대 축으로 제시했다. 기술 패러다임 변화와 OEM 개발 영역 확대, AI 소프트웨어 외부 협업 증가에 대응해 통합 제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전기차 부품은 차세대 모터와 전력모듈 고도화, 협력 기반 플랫폼 사업 진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램프 사업은 차세대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과 생산지 운영 효율화로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ES사업본부는 HVAC를 B2C와 B2B를 넘나드는 장기 고객 관리형 사업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탑티어 HVAC 기업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가정용은 핵심 부품 경쟁력과 LG휘센 브랜드를 앞세워 제품 리더십을 강화하고, 상업용·산업용은 설계·설치·운영·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비하드웨어 사업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 난방 시장 진출 준비, 유럽 난방 솔루션 전문업체 인수, 북미·유럽·인도 중심의 현지 연구개발 및 엔지니어링 인프라 확대도 함께 제시됐다. -
- ▲ 류재철 LG전자 CEOⓒ뉴데일리
◇로봇·AIDC 냉각·스마트팩토리 전면화 … LG전자 체질전환 빨라진다이번 주총에서 가장 강하게 부각된 것은 미래 성장동력이다. 류 CEO는 로봇, AIDC 냉각 솔루션, 스마트팩토리, AI홈을 4대 집중 영역으로 제시하며 “2026년은 로봇 시장 개화 원년”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신사업 검토가 아니라 본격 사업화 단계 진입을 선언한 것이다.로봇 분야에서 LG전자는 청소로봇, 상업용 로봇, 물류로봇에 이어 홈로봇까지 영역을 넓히겠다고 했다. 동시에 로봇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생산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B2B 부품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연간 4500만대 수준의 모터 생산 역량, 검증된 양산 인프라, 신뢰성, 모듈화 설계 역량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CES2026에서 공개한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홈로봇은 ‘제로 레이버 홈’ 구상과 연결된다. LG전자는 AI가전 시장에서 축적한 고객 라이프 데이터와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화학의 소재, LG AI연구원의 AI 역량을 결합해 홈 공간에서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AIDC(AI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은 로봇보다 먼저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LG전자는 AI 서버 고집적화로 액체 냉각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고, 고효율 칠러와 액체 냉각 핵심 장비인 CDU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ES사업본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절감과 저소음 구현을 동시에 겨냥한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고객과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원자력 발전 등 특수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스마트팩토리 역시 중요한 축이다. LG전자는 60년 이상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방대한 현장 데이터, 등대공장 수준의 제조 AI 역량을 바탕으로 외부 판매형 고수익 B2B 솔루션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관련 조직 설립 이후 2년 만에 5000억원 규모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제조 경쟁력이 내부 효율화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고객에게 파는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투자자들의 시선도 이미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최근 해외 IR에서 투자자 질문의 60% 이상이 홈로봇, 로봇용 액추에이터, AIDC 냉각 솔루션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더 이상 LG전자를 단순한 생활가전 회사로만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LG전자 주총의 핵심은 주주권 행사 구조를 손질하는 동시에 생활가전과 TV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고, HVAC와 플랫폼, 전장, 로봇, AIDC 냉각, 스마트팩토리, AI홈으로 성장축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공식 문서와 경영진 설명을 통해 함께 제시한 데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