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1회 항해 시 75억원…전쟁 전 比 40배 폭등 중동發 나프타 대란…자동차 부품에서 손해율까지 '도미노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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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 여파가 유가와 환율, 물가를 넘어 보험료로까지 번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에 더해 전쟁보험료까지 급등하면서 보험사의 손해율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탱커선 한 척(지난 16일·선가 1억달러 기준)이 호르무즈 구간을 1회 항해할 때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는 약 75억원(500만 달러)으로 급등했다. 이는 전쟁 이전(0.125%) 대비 최대 40배 수준이다. 이번 전쟁 관련 국내 보험사들의 해상보험금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1조6863억원(9일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재보험 비용 급등분을 단기에 보험료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상 국내 보험사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114달러를 넘겼고, WTI도 한때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국제 유가 급등 여파는 재산보험 영역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및 원자재값 상승은 시멘트와 철강 등 주요 건축 자재 가격을 밀어 올려 화재나 재난 발생 시 건물을 복구하는 비용이 비싸지면서다.나아가 나프타 가격 폭등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로, 자동차 범퍼, 타이어 등 차량 부품을 구성하는 필수 자재다. 현재 세계 나프타 물량의 약 4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 외관 복구에 쓰이는 페인트와 유기용제(신너 등) 역시 석유화학 제품인 만큼, 사고 처리 시 보험사가 정비소에 지급해야 하는 부품비와 도장비 원가가 직접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다.이미 올해 1월 기준 국내 손보업계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9.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82.0%) 대비 7.4%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대형 4사의 손익분기점 손해율은 82% 수준으로, 이미 적자가 누적되는 구간에 진입했다.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만 15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2024년) 960억원 순이익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102.9%다. 고객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아 사고 처리와 운영비로 102.9원을 썼다는 의미로 경영 효율성을 아무리 높여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시간당 공임비마저 지난해 3.5% 인상된 데 이어 올해도 2.7% 추가 인상되면서 하반기 전망은 더욱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항공보험과 에너지보험 분야 역시 보험료 인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중동 전역의 영공 폐쇄로 항공보험과 항공유가 치솟았고, LNG 탱커선 피격 시 단일 손해가 5억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제기되면서 재보험사들이 관련 인수 여력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전방위적인 원가 상승 압박 속에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해 이미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인상된 가운데 다음달 예정이율 인하와 손해율 반영 등으로 생명·손해보험사 대다수 보험 상품의 가격 인상이 이미 예고돼있다.문제는 지금의 위기가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라는 점이다. 원가 부담은 가중되는데 가격 조정의 여지는 좁은 교착 상태가 이어지며, 업계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상생과 포용이라는 가치 속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보험업계가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 국면을 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