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은행식 규제, 시행 전부터 서민대출 1조원 증발FLC·자본규제 강화에 포트폴리오 이동…가계→기업 전환 가속고신용도 고금리 부담 … '선별 금융' 속 양극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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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부채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로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내놓고 미래상환능력(FLC) 등 '은행식 규제'를 예고하자, 시행 전부터 저축은행의 서민 대출 공급이 1년 새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선제적으로 문턱을 높이며 서민 대출을 거절한 결과로, 향후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서민층의 금융 소외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민간 중금리대출 신규 취급액은 전년 대비 약 40% 급감했다. 2024년 말 2조9056억원에서 2025년 말 1조787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SGI서울보증이 100% 보증하는 사잇돌2대출상품을 포함한 전체 취급액 규모 역시 3조3248억원에서 2조3204억원으로 동반 하락했다. 정부의 정책적 목표치가 제시되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1조원이 넘는 서민 자금줄을 먼저 끊어낸 셈이다.급격한 공급 축소 이면에는 금리 상승에 대한 연체율 부담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압박도 자리잡고 있다. 조달 원가와 운영비, 그리고 부실 위험 비용을 합산한 원가가 대출 금리 상한과 맞물리자 대출 취급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다.정부는 대통령 임기내에 가계부채 비중을 GDP 대비 8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전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을 낮추려면 증가율 억제를 넘어 실질적인 부채 축소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도 리스크가 높은 저신용 대출부터 정리에 들어갔다. 정책적 압박과 비용이 더해지며 불황 속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공급이 줄면서 고신용자들조차 2금융권에서 고금리 부담을 지게 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고신용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밀려 내려온 여파다. 실제 신용평점 900점을 초과하는 초우량 고객들조차 연 15%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KB, SBI, 키움, 다올 등 주요 저축은행의 신용평점 900점 초과 고객 대상 금리는 연 15%를 훌쩍 상회하며 서민 대출 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별'은 강화됐지만 2금융 이용 소비자의 비용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왜곡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의 주 고객이었던 저신용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자산 5조원 이상)에 도입될 FLC 기준은 서민들의 대출 문턱을 은행 수준으로 높일 전망이다. FLC는 차주의 현재 소득 뿐만 아니라 미래에 돈을 못 갚을 가능성까지 수치화해 충당금을 쌓게 하는 '은행식' 규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고용 형태가 취약한 서민에게 대출해줄수록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 결국 유일한 급전 창구였던 저축은행마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한 담보와 소득을 가진 고신용자만 선별 수용함에 따라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여기에 저축은행의 영업 대상을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신용공여 한도를 상향하는 등 저축은행에 기업금융의 탈출구를 열어줬다. 저축은행으로서는 리스크 관리가 까다로운 서민 대출 수백건을 관리하는 것보다 우량한 중견기업 대출 한 건을 취급하는 것이 자본 적정성 관리에 유리하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취지와 발맞춰 저축은행의 정체성이 지역·서민 금융기관에서 기업 금융 지원 기관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배경이다.업계에선 이러한 선별적 금융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불가피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이제는 우량한 차주를 선별하는 능력이 경영의 관건"이라며 "가계대출 총량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중견기업 등 비가계로 운용대상을 조정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