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띄운 김부겸 … 기업은행 본점 이전 카드 부상선거철마다 꺼내지만 기관 이전 '번번이 좌초'이찬진 금감원장도 부정적…"현장 떠나기 상상 어려워"
  • ▲ 여권이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IBK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띄우면서, 국책은행이 정치적 득실을 위한 선거용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IBK기업은행
    ▲ 여권이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IBK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띄우면서, 국책은행이 정치적 득실을 위한 선거용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IBK기업은행
    더불어민주당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앞세워 대구시장 선거 공략에 나서면서 IBK기업은행 본점 이전 카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권이 '대구 접수'를 목표로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선거 전략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구·경북 신공항 예산 지원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과 함께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을 포함한 금융 인프라 확충 방안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김 전 총리의 출마를 계기로 대구시장 선거가 주요 전략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구상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김 전 총리 역시 이날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이 마지막 소명"이라고 밝히며 대구의 구조적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균형발전' 메시지와 맞물려 공공기관 이전 및 금융 인프라 확충 카드가 선거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본점 이전은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도 핵심 공약으로 거론되며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구 지역 산업 구조상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정책적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영업자와 기업 종사자 표심을 겨냥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의 낮은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와 산업 기반 약화를 고려할 때 금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 본점 이전이 선거 공약으로 부상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선거철마다 반복돼 온 만큼, 실현 가능성보다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국책은행으로, 본점 이전은 단순 지역 공약이 아닌 국가 금융 정책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전 IBK기업은행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 본점 이전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 대출의 60% 이상, 벤처기업은 6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대출 재원인 총예금의 79%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기업은행 본부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수장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지방 이전설과 관련해 "감독하는 자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우스워질 것"이라며 "금융감독기구가 있는 현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이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봐도 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번번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 역시 정책적 필요성과 조직 효율성 논란 속에서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 이전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 이전 등 다른 기관 이전 공약까지 맞물리면서 대구시장 선거를 둘러싼 '기관 이전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이 표심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도가 확산될 경우 정책 결정의 일관성과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