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역점 사업·강조 사업 상당부분 포함 논란 '전쟁·고유가 대응' 추경 본래 취지 흐려졌단 비판 야당, 송곳 검증으로 대폭 삭감 예고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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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본회의장.ⓒ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파고를 넘겠다며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전쟁 위기 극복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나 그간 강조해 온 사업이 상당 부분 포함되면서 '위기 대응'이라는 추경의 본래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다.정부는 지난 달 31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민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26조2000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을 국무회의서 의결했다.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한다면서도 정작 고유가와는 무관한 예산들이 다수 포함됐다. 당초 '전쟁 추경'을 전면에 내세웠던 정부는 비판을 의식한 듯 '경제 위기 극복'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나, 추경 당위성이 흐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에 한한다.결국 추경은 국가 전반에 중대한 충격이 가해진 경우에 한해 제한적이고 예외적으로 동원되는 재정 수단인 셈이다. 정책 추진을 위한 일반적인 예산 편성과는 성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다.이재명 정부는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중동전쟁발 고유가로 인한 피해지원금 성격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직접 지원금이다. 여기에만 총 4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중동 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정유·항공업계에 대한 직접적 지원 규모인 4조2000억원을 훨씬 웃돈다.정부는 보편 지원 대신 취약계층과 지방 거주자에 더 많은 금액을 배분한 선별·차등 지원 방식이란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 70%로 대다수가 대상이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차상위계층과 기초수급자에 집중되지 않아 사실상 '선별' 지급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취약계층에게 집중돼야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나타나는데 70%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만큼 소득 재분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2차 추경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때는 재원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또 이번 추경 편성에 포함된 체납관리단, 농지특별조사 인력 확충, 문화·관광 할인 지원 등은 고유가와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사실상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강조해온 사업을 추경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쟁 추경'이라는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세부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고유가와 관계없거나 긴급성이 떨어지는 사업들도 포함됐다"며 "이미 올해 역대급 예산이 편성된 상황에서 추경을 반복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추경 후 올해 예산은 지난해 본예산보다 11.9%나 확대됐다.이번 추경에서 2133억원이 편성된 체납관리단은 기존 예산 105억원에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체납관리단을 중심으로 약 1만명 규모의 채용 검토를 지시했던 것으로, 이번 추경에서 9500명이 반영됐다.5000명 규모의 농지특별조사 신규 인력도 마찬가지다. 이번 추경에서 588억원이 반영됐는데 이 역시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와 방치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한데 따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재원 마련의 한계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두 사업 모두 이번 추경으로 예산 운용에 숨통을 틔우게 됐다. 중동 전쟁이나 고유가 위기와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지만 추경에 포함되면서 '끼워넣기식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영화·공연·숙박·휴가 할인 지원사업에도 51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영화 관람권을 장당 6000원 할인하는 지원사업에 361억원, 공연 1회당 1만원 할인에 51억원, 숙박 1박당 2만~3만원 할인에 112억원, 휴가비 50% 지원에 62억원 등이다.독립영화, 중예산 영화, 첨단 제작 영화 등 유형별로 체계적인 지원을 추진하기 위해 385억을 투입하는 것 역시 이번 중동 전쟁이나 고유가 대응과는 직접적이 관련이 없는 사업으로 지목된다. 이 역시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추경을 통해 관철시킨 것 아니나는 비판이 나온다.민생안정 추경 2조8000억원 가운데 9000억원이 창업 등 스타트업 붐 조성에 투입된 것도 이번 추경의 본래 목적에 벗어난다는 평가다.아울러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재생에너지도 5000억원 규모로 추경에 반영됐다. 햇빛소득마을을 기존 150개소에서 700개소로 확대하기 위해 추가 금융을 지원하는데 160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아파트 베란다에 소규모 태양광 보급(250억원), 인공지능(AI) 분사형 전략망 조성 물량을 30개소로 확대(588억원) 등도 포함됐다.향후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야당은 이번 추경은 전형적인 선심형 추경으로 비판하며 송곳 검증을 통한 대폭적인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유가와 무관한 끼워넣기 예산은 심사과정에서 과감하게 삭감하겠다"며 "불필요한 사업에서 삭감한 재원은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국민에게 집중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