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등 대응 위해 화석연료 탈피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공정 전기화·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등 에너지 시스템 개편 다만, 이미 수차례 발표한 내용들 재탕·반쪽 대책이란 지적도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정부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화석연료 의존도는 낮추고,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해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부터 이미 여러차례 발표된 내용의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원자력 발전에 대한 내용은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 3대 정책방향 10대 과제로 구성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은 기존에 발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해 현재 약 10%를 차지하는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태양광 보급을 위해 햇빛소득마을, 산단 지붕형, 영농형, 수상형, 접경지역, 공공기관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풍력의 경우 계획입지, 일괄 인허가를 통한 완공까지의 총 사업기간 단축,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체계 쇄신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는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존 가스 중심의 열에너지를 재생열로 전환할 방침이다. 2040년 이후에도 수명이 잔존하는 21기는 안보 전원으로의 활용 등 전환비용을 최소화하는 폐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활용하는 지역난방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난방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녹색 제조 세계 3강 도약'을 목표로 태양광 셀·모듈, 풍력 터빈,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전선, 변압기, 수전해 설비 등에 대한 기술개발과 세제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한전기술지주를 설립하고 에너지벤처 창업, 유니콘 성장의 거점으로 '지역 에너지 특별시'를 조성한다.

    산업 공정의 전기화 및 연‧원료의 청정화도 추진한다. 30만톤(t)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28년 완공하고, 규모를 확대해 2037년 이후 상용화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전기 나프타분해설비(NCC)로 전환 및 공정 효율화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한다.

    또 모든 움직이는 동력원의 전기화를 위해 2030년 신차 보급량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차, 액화석유가스(LPG) 택시, 렌터카, 법인차 등도 조기에 전기차로 전환한다. 건설기계·농기계, 선박, 이륜차 등도 인공지능화와 전기화한다. 

    전기요금, 전력시장제도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송전 비용과 자립도, 국가 균형발전을 고려한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한 시간대별 요금 개편안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제도(RPS)를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제도로 개편하여 발전 비용 하락을 유도한다.

    국가 전력망은 분산형, 양방향 전력망으로 전면 개편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대폭 확대하고 지역 내 전력 생산, 저장, 소비가 최적화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한다. 불가피한 지역간 전력 수급 불균형은 서해안 해저송전망(HVDC) 등 융통선로 구축, 유연접속 등을 통해 보완할 방침이다. 아울러 마을 단위로 바이오가스, 목재칩, 태양광 등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분산특구' 모델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실증하고 확산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신속히 추진해 우리나라를 중동전쟁 등 대외적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날 김 장관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두고 기존 발표를 재탕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까지 확보, 신차 중 전기·수소차 비율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안은 기후부가 지난해 수립해 발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에 담겨있다.

    기후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에너지 대전환 추진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 발전소 단계적 폐지 방안도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현재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향후 4년 동안 3배 가량 늘리겠다는 구상도 도전적인 목표로 인식되는데, 이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김 장관의 구상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이번 발표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한다면서 24시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무탄소 발전원이면서 전체 발전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도 의문이다. 

    이를 두고 "취임 직후 탈원전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던 김 장관의 속마음이 나온 것 아니었겠냐"는 말이 나왔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중요한 방향"이라면서도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함께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력은 연료 수급의 안정성과 가격 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원"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