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원료 LNG 수급 불안에 中 황산 수출 중단까지비용 부담에 영농철 비료 투입량 줄면 수확량 직격탄 는 중동 사태, 장기화 시 7월 이후 수급 불투명 우려
  • ▲ 경기 고양시의 한 농협 자재센터에 비료가 보관돼 있다. ⓒ뉴시스
    ▲ 경기 고양시의 한 농협 자재센터에 비료가 보관돼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비료 공급망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원자재 확보 불확실성이 커지며 농업 생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중국이 인산 비료 생산에 필요한 황산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글로벌 비료 시장의 충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월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5.8%, 전년 동기 대비 9.1% 뛰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비이오연료 수요 확대 기대감, 비료 공급 차질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 우려 등이 가격을 끌어 올렸다. 

    비료 원료인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26.4% 급등했다. 중동지역 요소 수출가격은 같은 기간 172.3% 폭등했으며, 세계질소비료지수도 1년 전보다 168.6% 뜀박질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질소 비료 원료인 요소와 암모니아도 공급망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요소 수급은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다. 전체 수입의 약 38.4%에 달하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입된다. 또 다른 질소 공급원인 암모니아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41.8%에 달한다. 

    중동 전쟁 여파는 식량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달 대비 2.4% 상승했다. 

    FAO는 "올해 세계 밀 작물 생산은 중동 지역의 분쟁 격화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고 공급망 차질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농민들이 비료 집약도가 낮은 작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북반구 국가들의 올해 옥수수 재배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도 "특히 우려되는 문제는 비료 공급이 장기간, 대규모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라며 "전 세계 농업 생산과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이 다음달부터 황산 수출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이란 사태로 황산 공급난이 불거지자 자국 내 수요를 우선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나, 글로벌 비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t당 464위안(약 10만원) 수준이던 황산 가격은 올해 초 1045위안(약 22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황산은 인산비료 생산에 쓰이는 핵심 원료로 작물 파종 성수기를 앞두고 중동 사태까지 불거지며 가격 상승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옥지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여파로 비료용 황산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작물 파종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내수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미 전쟁 여파로 황산 부족에 압박을 받고 있는 해외 금속·비료 산업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료는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만큼 공급 불안이나 가격 상승은 식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농산물 가격을 높여 식탁 물가까지 위협하게 된다. 특히 비료를 포함한 농자재 부담이 커지면 농가의 생산 의욕이 꺾여 중장기적인 식량 수급 전반에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비료 재고 상황을 감안할때 7월까지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업 현장에서는 이미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들은 "비료와 비닐, 사료 원료 등 영농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상당한 우리 농업에 있어 이번 사태는 식량 주권이 뿌리째 흔들리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지역 농협 창고에서는 무기질 비료가 언제 다시 신규 입고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하며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재고가 떨어지는 순간 농사는 끝난다'는 절망감이 농촌 전역을 휘감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전쟁으로 비료 등 농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비료 사용이 줄어들고 결국 농산물 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7월까지는 재고 물량이 있다지만 농업 현장의 불안감으로 사재기 현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수확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