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미만 거래까지 제재 … 트래블룰 적용 범위 논란법원 "규제 공백 존재" … 두나무 손 들어준 배경제재→소송→취소 반복 … 규제 신뢰 흔들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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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제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당시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거래까지 사후적으로 위반으로 본 것이 타당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도 일부 '규제 공백'을 인정하면서, 제재와 소송이 반복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시장에서는 당국의 판단보다 사법 판단을 우선시하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고, 이는 규제 신뢰와 감독 당국의 권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두나무와 빗썸에 이어 코인원에도 영업 일부정지와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두나무는 과태료 352억 원과 영업 일부정지 3개월, 빗썸은 과태료 368억 원과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코인원은 3개월간 영업 일부정지와 52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이들 제재는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과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위반 등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사유로 지목됐다.문제는 위반 건수 산정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제재는 '100만 원 미만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구간은 2022년 트래블룰 도입 당시 명확한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만 송·수신자 정보 확인을 의무화했다.거래소들은 "규정이 없던 영역까지 사후적으로 위반으로 간주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공백 상태였던 영역을 뒤늦게 문제 삼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고 말했다.실제 법원 판단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두나무가 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00만 원 미만 거래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 공백'을 인정했다.특히 법원은 사업자의 대응 노력에 주목했다. 두나무가 블록체인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미신고 사업자 주소를 모니터링하고 거래 차단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자체적인 준법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나름의 조치'로 인정했다. 규정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관리 노력이 있었다면 고의나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반면 당국은 법의 취지를 강조한다. 트래블룰 적용 여부와 별개로 자금세탁 방지 의무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으며, 사업자라면 보다 엄격한 내부 통제와 확인 절차를 갖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FIU는 코인원 사례에서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1만여 건, 고객확인 및 거래제한 의무 위반 약 7만 건 등 대규모 위반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명시적 기준이 없었다고 해서 책임까지 면제될 수는 없다는 논리다.이처럼 당국과 업계의 시각차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재 이후 행정소송, 그리고 일부 처분 취소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규제의 일관성과 신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제재→소송→취소'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국이 제재를 내리고 거래소가 소송으로 대응한 뒤 법원에서 일부 또는 전부가 뒤집히는 흐름이 이어지면 시장의 법적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사전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며 "규제 목적이 시장 질서 확립이라면 예측 가능한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