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45조 출렁 … ETF, 자본시장 '메인 파이프라인' 부상상폐 ETF만 30여개, 원본 50억 미만 소형 상품 조기 퇴출도코스닥 액티브·우주항공까지 '카피캣', 줄줄이 유사 상품 출시퇴직연금·ISA도 ETF 쏠림, 상폐·유사상품 심사 기준 손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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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시장이 400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호황의 이면에서는 상장폐지(상폐) ETF 급증과 '벤치마크 베끼기' 경쟁이라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ETF가 개인 · 기관을 막론한 '국민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양적 팽창만큼 시장 체질이 건강해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15일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월 13일 기준 393조4040억원이다. 400조원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셈이다.1월 30일 348조4854억원이던 순자산총액은 2월 27일 387조6420억원으로 한 달 새 39조원 가까이 늘었고, 3월 31일에는 360조7045억원으로 다시 20조원 넘게 줄었다.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약 45조원 자산이 출렁였지만, 그 모든 흐름이 ETF를 중심으로 관통됐다는 점에서 ETF가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올해 1분기 성적표를 봐도 ETF가 상승 · 조정장을 막론하고 시장 거래를 주도한 모습이다.국내 ETF 시장은 1월 수익률이 10.07%를 기록했고, 순자산가치총액(NAV)은 전월 대비 17.27% 늘었다. 같은 기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19.36%나 급증했다. 2월에도 수익률 5.69%, NAV 증가율 11.25%로 강세가 이어지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32.96% 추가 확대됐다. 3월 들어 수익률이 –7.43%로 꺾이고 NAV도 6.95% 감소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오히려 4.63% 늘었다.하지만 외형 팽창의 속도만큼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2025년 1월 이후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실제 상장폐지를 결정한 ETF만 30여개에 이른다. 설정액이 부진해 거래가 말라붙은 상품, 특정 만기 채권형 · 특판성 구조처럼 애초부터 수명이 짧게 설계된 상품들이 줄줄이 청산되면서, ETF는 '한 번 상장되면 장기 보유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이미 상당 부분 깨진 상태다.상장 후 몇 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ETF도 적지 않으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상품을 고를 때뿐 아니라 상장폐지 일정과 보수, 세제 등 사후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상품 쏠림과 '벤치마크 베끼기' 경쟁 역시 400조 시대 ETF 시장의 취약한 단면으로 지목된다. 특정 지수나 전략이 한 번 '뜬다' 싶으면 유사 구조 ETF가 줄줄이 쏟아지는 패턴이 굳어졌기 때문이다.이름만 'K-주도주', '고배당', 'TOP10' 등으로 조금씩 바뀌고 보수 · 운용 방식도 큰 차이 없는 상품들이 앞다퉈 상장되면서 사실상 '카피캣 ETF'가 난립하는 양상이다. 지수 이름과 마케팅 문구는 달라도 주요 편입 종목과 투자 콘셉트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안팎에서는 '상품 설명서를 나란히 놓고 봐야 겨우 차이를 찾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최근 코스닥 액티브 ETF와 우주항공 테마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코스닥을 기초로 한 액티브 ETF는 타임폴리오 · 삼성에 이어 한화까지 잇따라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운용사 이름과 포트폴리오 일부만 다른 '코스닥 액티브 3형제' 구도를 만들었다. 우주항공 역시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기존 K-방산&우주, 글로벌 우주 · 방산 ETF에 더해 우주항공 · UAM, 미국 우주항공 테마 상품이 줄줄이 상장 · 출시 준비에 들어가면서 대략 7개 이상이 한꺼번에 경쟁하는 상황이다.표면적으로는 투자자 선택권 확대지만, 실제로는 동일 · 유사 지수에 여러 ETF가 겹치면서 운용사 간 소모적인 출혈 경쟁과 투자자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이제 규제와 공시가 ETF 성장 속도를 따라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한 운용업계 전문가는 "국내 공모펀드 순자산 증가분의 70% 이상을 ETF가 가져갈 만큼 ETF 쏠림이 심해진 상황"이라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저비용 상품 위주로 볼륨을 키우기 쉽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 구조조정 리스크까지 감안한 상품 선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퇴직연금·ISA 등 세제계좌에서 ETF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ETF는 사실상 '국민 재테크 인프라'가 됐지만 그만큼 상장폐지 기준과 유사 상품 심사 기준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트렌드형 · 벤치마크 베끼기 ETF가 난립하면, ETF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감독당국과 운용사 모두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