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장, 15일 기준 404조 … 상위 5개사 91% 독점삼성·미래 72% 점유, 중소형사 1% 미만 '생존 싸움'순자산 50억 미만 '좀비' ETF 수두룩 … 틈새시장 공략 '액티브' ETF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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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마침내 순자산총액 400조 원 시대를 열었다.2002년 시장 개설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자본시장의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화려한 성장 뒤에는 심각한 '양극화'라는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라는 두 공룡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독식 체제를 굳힌 반면, 중소형 운용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400조 시장, '삼성·미래'가 전체 72%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NAV)은 총 404조 627억 원을 기록했다. 상장 종목 수는 어느덧 1093개에 달한다.하지만 시장의 파이가 커진 만큼 온기가 고루 퍼지지는 않았다. 분석 결과,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KODEX 등)의 순자산은 165조 원으로 시장 점유율 40.84%를 기록했다. 그 뒤를 바짝 쫓는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은 127조 원으로 31.46%를 차지했다.단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만 72.3%에 달한다. 사실상 시장의 10분의 7을 두 거대 운용사가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투자신탁운용(7.55%), KB자산운용(7.10%), 신한자산운용(4.09%)을 포함한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은 91.04%까지 치솟는다.나머지 20여 개에 달하는 운용사가 고작 9% 남짓한 시장을 놓고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팔수록 손해" 중소형사의 비명 … 0%대 점유율 수두룩중소형사들의 지표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하나자산운용(0.92%)을 기점으로 그 아래 운용사들은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우리자산운용(0.26%), 흥국자산운용(0.13%), BNK자산운용(0.06%), 에셋플러스자산운용(0.04%) 등은 사실상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형사가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보수 인하 경쟁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사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다.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다 보니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도 거래량이 붙지 않는다"며 "운용 보수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중소형사들은 팔면 팔수록 적자인 구조"라고 토로했다.◇ '좀비 ETF' 공포 … 상장폐지 위기 종목만 수십 개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내실이 없는 '좀비 ETF'도 문제다. 현재 순자산총액이 상장유지 가이드라인인 5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ETF는 총 38개에 달한다. 이 중 29개(약 76%)가 삼성과 미래를 제외한 중소형 운용사의 상품들이다.이들 상품은 거래량이 극히 적어 투자자가 원하는 때에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려운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투자자 외면 → 순자산 감소 → 거래량 급감 →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쏠림' 심화되는 ETF 시장, 대안은 없나전문가들은 ETF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형사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형사들의 혁신적인 상품 출시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도 상위사 집중도가 높긴 하지만, 중소형사들이 액티브 ETF나 특정 테마에 특화된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며 "국내 시장도 단순 지수 추종 상품보다는 운용사만의 철학이 담긴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중형사들의 생존로가 열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