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과징금 8000억·RWA 6조 부담 … “유지하면 10년 압박”거점 점포 공사 중단 … 현장서도 “이미 끝난 사업”ETF·ELD로 자금 이동, 고난도 상품 이탈 가속신한 ‘재편’·하나 ‘축소’ … KB 필두 ELS 구조 재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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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완전 철수'를 염두에 둔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과징금과 자본 규제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팔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내부에 확산된 영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ELS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는 내부 논의에서 철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ELS 판매 재개를 전제로 추진해온 '거점 점포' 구축 계획도 사실상 중단하고, 사업 지속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따지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콩 ELS 손실 사태를 계기로 해당 사업의 비용 대비 수익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KB 소식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ELS를 판매할수록 자본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라며 "(KB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지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변화가 이미 감지된다. 수도권 주요 영업점 일부에서는 고난도 금융상품 전용 상담실 설치 공사가 착수 직전 단계에서 중단됐고, 지방 거점으로 검토되던 점포들도 지정이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ELS 관련 내부 교육과 상품 안내 자료도 중단된 상태다.

    한 영업점 관계자는 "ELS 전용 상담실을 만들기 위해 내부 동선까지 바꾸는 설계를 했지만, 본점에서 갑자기 일단 멈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지금은 사실상 관련 공사가 전면 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의 배경에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과 자본 규제가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에 총 1조 4000억원 규모 과징금을 의결했으며,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이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을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은 단순 비용이 아니라 자본비율을 직접 압박하는 구조다. 통상 과징금은 위험가중자산(RWA)에 6~7배 반영되는데, KB국민은행의 경우 최대 5조~6조원 규모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유지할 경우 최대 10년간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내부에서는 이를 충분한 완화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재발 방지 대책과 배상 완료, 법적 분쟁 종료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적용 여부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과거 은행권은 ELS 판매로 연간 수천억원대 수수료 수익을 올렸지만, 고난도 금융상품 규제 강화로 별도 상담공간과 전담 인력 구축이 의무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여기에 1조 3000억원 규모 자율배상까지 더해지며 손익 구조가 무너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ELS를 대체할 투자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 철수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주가연계예금(ELD)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규제 부담이 낮은 상품으로 고객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ETF는 직접투자 수요 증가와 맞물려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도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낮아 대체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사업을 유지할 경우 장기적인 자본 부담이 지속되는 반면, 철수 시에는 부담을 보다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내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KB를 시작으로 은행들의 ELS 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판매 방식 재편을, 하나은행은 상품 축소를 각각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는 이제 수익 상품이 아니라 자본을 갉아먹는 계륵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KB의 결정이 다른 은행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