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곧 발표쿠팡 김범석, 동생 경영 참여 정황에 동일인 가능성 커져동일인 지정시 美 통상 압박에 핵잠수함 후속 협상도 차질공정위 "쿠팡에 실질적 지배력 행사하는지 중점적으로 볼 것"
  •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2021.3.12. ⓒ뉴시스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2021.3.12.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쿠팡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뒤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김 의장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동일인 지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의장의 동일인으로 지정 될 경우 한미 간 통상·외교 갈등, 나아가 한미 안보 동맹의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임박…김범석 '동일인' 여부 결론

    2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할 계획이다. 동일인 지정 법정 기한이 5월 1일이어서 이번주 안에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의 최대 화두는 김 의장이 쿠팡 동일인 지정 여부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대규모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주체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해당 집단의 총수로 간주된다.

    현행 법령은 개인이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이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하는 예외도 두고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뿐 아니라 친족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및 거래 내역 공시 의무가 부과되며,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 쿠팡에서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 내 주요 사업을 총괄하며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족 경영 참여' 요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정위 역시 형식이 아닌 실질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김 의장 동생은 쿠팡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다"라며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은 제3국에 비해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투자자들의 투자 안정성을 저해하는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지정하면 외교-통상 마찰, 안 하면 정치권 반발…딜레마 빠진 공정위

    문제는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쿠팡과 미국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 쿠팡은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쿠팡 투자사들은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한 바 있어 추가적인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의회 공시에 따르면 쿠팡Inc는 올해 1~3월 복수의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고 총 178만5000달러를 로비 비용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신고된 89만5000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뒤 미국에서 대대적인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 상하원은 물론, 백악관과 부통령실,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 재무부, 중소기업청 등 행정부 전반에 걸쳐 로비가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미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최근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쿠팡이 범정부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민감도 낮은 정보의 유출"이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해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이 쿠팡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미국 측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전자장비·철강·선박 등에 보복성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일방적'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한국은 미국이 지난달부터 조사가 시작된 구조적 과잉생산 및 불공정 관행 조사 대상 16국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 의장이 실질적으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성명에서 "김 의장이 창업자이자 의사결정 최종 책임자로서 경영 전략, 투자, 지배 구조 전반에 결정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공정위는 더 이상 형식 논리에 기대어 판단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기밀 누설'에 쿠팡까지…"쿠팡 문제 한미 안보 협의 영향"

    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규제나 통상 현안을 넘어 한미간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브리핑을 갖고 "쿠팡 문제가 한미 간의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쿠팡 문제로 인해)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그것이 동맹 관계 전체에 저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연시키지 않아야 된다, 조속히 재개돼야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미국 측은 쿠팡 관련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 등 핵심 안보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기밀 누설' 논란으로 미국 측이 군사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등 한미 간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쿠팡 문제까지 겹치면서 동맹 균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지만, 한미 간 외교 및 통상 마찰, 안보 공백 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발표될 공정위의 결정은 단순한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넘어 한국의 규제 체계와 통상 전략, 그리고 한미 동맹까지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분 뿐만 아니라 쿠팡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이번에도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