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금리대출 총량 규제 최대 80% 제외금리 3%p 기준 맞추기 … 일반 대출 ‘중금리 재분류’ 부상신용대출 104조·마통 40조 재확대 … 가계부채 부담 여전중신용자 지원 취지 흔들리나 … 고신용 중심 공급 쏠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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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에 총량 규제 예외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자, 은행권에서 이를 우회 통로로 활용한 '쪼개기 대출' 우려가 커진다. 대출 규모를 줄이기보다 구조를 바꾸는 전략의 일환으로, 상품 재설계 움직임이 포착된다.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31조 9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민간 금융회사 공급분을 28조 3000억원 이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금리 요건을 손질해 최대 1.25%포인트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동시에, 일부 중금리대출에 대해 가계대출 총량 산정에서 최대 80%까지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여기에 금리 수준에 따라 '중금리대출1'과 '중금리대출2'로 구분하고, 기존 대비 3%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 상품에는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가 도입될 예정이다. 당국은 중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설계가 은행의 상품 재분류 전략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은행권에서는 이번 정책을 대출 총량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완충 지대'로 활용하는 전략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1% 수준으로 관리 목표를 더욱 낮췄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별도로 묶는 이중 관리 체계까지 적용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크게 축소된 상태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일부 예외가 생기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금리 구간을 맞추는 방식으로 상품을 재구성하는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대표적인 방식은 기존 일반 신용대출을 중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예컨대 연 5%대 신용대출을 6~7% 수준으로 조정해 중금리 기준에 맞추는 식이다. 이 경우 상품 분류가 바뀌면서 총량 규제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실적과 규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정책 취지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금리대출은 본래 중신용자 지원을 위한 제도지만, 실제 공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이 전년 대비 9조 3000억원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취약 차주를 확대할 유인은 제한적이다.가계부채 흐름도 부담 요인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104조 8000억원대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약 40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체 가계부채가 186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 확대가 부채 구조만 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시장에서는 중금리대출이 통계상 일부 제외되더라도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줄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오히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 차주의 이자 부담과 연체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책이 대출 총량 축소보다 구성 변화를 유도하는 데 그칠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총량 규제가 강해질수록 은행은 대출 자체를 줄이기보다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중금리대출이 사실상 우회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