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후폭풍에 구매이용권·물류 비효율 부담프로덕트 커머스 고객 70만명 감소…본업 성장률 4% 그쳐적자에도 로켓상품 확대·자동화 AI로 반등 모색
  • ▲ 쿠팡 사옥 전경 ⓒ뉴데일리DB
    ▲ 쿠팡 사옥 전경 ⓒ뉴데일리DB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탈팡 압박까지 제기되는 등 쿠팡을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공세가 거셌던 가운데 쿠팡Inc가 1분기 어닝쇼크를 냈다.

    매출은 늘었지만 성장률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3500억원대로 불어나며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응 구매이용권과 물류 네트워크 비효율, 성장사업 손실 확대가 겹치면서 쿠팡의 고성장 공식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속 조치와 동일인 지정까지 겹치면서 쿠팡의 성장 전략 전반에 규제 변수가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85억400만달러(약 12조45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억4200만달러(약 3545억원)로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2억6600만달러(약 3897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 ▲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 고객 70만명 줄고 본업 둔화 … 동일인 지정 부담도 확대

    쿠팡Inc의 1분기 수익성 악화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응을 위한 구매이용권 보상과 물류 네트워크의 일시적 비효율, 본업 성장 둔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도 이어졌다. 정부는 관계부처 긴급 대책회의와 민관합동조사단을 가동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유출 규모와 공시 적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쿠팡은 지난 1월15일부터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 총 약 12억달러(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이용권 보상 프로그램을 3개월간 시행했다. 해당 구매이용권은 상품 판매 가격과 거래 매출액에서 차감되는 구조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구매이용권과 물류 네트워크 비효율을 꼽았다.

    그는 "첫 번째 요인은 개인정보 사고에 대응해 발행한 고객 구매이용권"이라며 "일회성으로 대부분 영향은 1분기에 국한되고 2분기 초반까지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또 개인정보 사고 이후 실제 수요가 기존 계획을 밑돌면서 유휴 설비와 재고 비용 부담이 발생한 점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제시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성장 둔화도 뚜렷했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이 포함된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71억7600만달러(10조513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 2460만명과 비교하면 70만명 감소했다.

    동일인 지정에 따른 규제 변수도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법인인 쿠팡Inc에서 김 의장 개인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은 그동안 외국 국적 법인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라는 점 등을 이유로 법인 동일인 지정을 받아왔지만, 이번 지정으로 ‘총수 없는 기업’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동일인이 김 의장 개인으로 바뀌면서 쿠팡은 향후 대기업집단 공시와 내부거래 규제, 특수관계인 범위 등에서 이전보다 강화된 규제 부담을 안게 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까지 겹치며 쿠팡의 성장 전략 전반에 규제 변수가 부상한 것이다.
  • ▲ 쿠팡 로켓배송 ⓒ쿠팡
    ▲ 쿠팡 로켓배송 ⓒ쿠팡
    ◇ 적자에도 로켓상품·AI 투자 … 비용 구조 개선 승부수

    쿠팡은 1분기 어닝쇼크에도 로켓배송 상품군 확대와 자동화·인공지능(AI)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보상과 물류 네트워크 비효율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품 구색 확대와 운영 효율화가 마진 회복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김 의장은 "상품군은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서 근본적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당수 상품이 아직 로켓배송으로 제공되지 않고 있고 직매입 카탈로그와 로켓그로스의 결합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자동화·AI 도입도 비용 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물류와 배송 네트워크 등 모든 서비스에 걸친 자동화와 AI 도입은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 경험 향상과 마진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성장사업 투자는 당분간 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대만 로켓배송과 쿠팡이츠, 파페치 등 성장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성장사업 부문은 1분기 매출이 13억2800만달러(1조9457억원)로 전년 동기 10억3800만달러(1조5078억원) 대비 28% 늘었다.

    조정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손실은 3억2900만달러(4820억원)로 전년 동기 1억6800만달러(2440억원)보다 96% 확대됐다. 외형은 커졌지만 투자 부담과 사업 확장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한 셈이다.

    다만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연결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약 9~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내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고객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이를 본업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며 "로켓배송 상품군 확대와 자동화·AI 투자가 비용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올해 실적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