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상호관세 이어 글로벌 관세도 위법 판단정부, 車·철강·배터리 업계 이미 낸 관세 환급 지원트럼프, 무역법 301조 카드 남아…우회 압박할 듯대미 투자·안보 협상 변수…정부 통상 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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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법원의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시각화한 AI 이미지. ⓒ제미나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성벽' 전략이 연방 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흔들리면서 국내 수출기업과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10% 글로벌 관세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자동차·배터리·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통상 규제를 동원해 우회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미 투자 전략과 공급망 재편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8일 통상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를 위법하다며 무효로 판결하자 최대 150일동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 관세를 도입했다.그런데 법원은 새 관세에 대해서도 "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률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에 이어 또다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무역전쟁을 확대하려는 백악관의 시도에 또 다른 법적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에서도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중동 리스크 확대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세 정책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은 2기 출범 후 최저로 떨어진 상태여서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시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국내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관세 환급 가능성이다. 자동차·철강·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대미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왔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경우 미국 현지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이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은 상태다.철강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산 철강은 그동안 쿼터제와 품목 관세 압박을 동시에 받아왔으며, 배터리 업계도 미국 공급망 재편 정책에 따라 원가 부담이 급격히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관세가 최종 무효화될 경우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한 환급 절차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실제로 미국 정부는 앞서 위법 판단을 받은 상호관세와 관련해 약 166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환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관세 역시 최종 패소가 확정될 경우 환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다만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환급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종 판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관세 환급 절차 자체도 기업별 소송과 증빙이 필요한 만큼 상당한 행정·법률 비용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 차원의 통상·법률 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내 통상 소송은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통상 미국 관세당국(CBP)에 대한 관세환급 청구는 미국 소재 수입자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자가 수입자를 대신해 관세를 납부하는 'DDP(Delivered Duty Paid‧관세지급인도조건)' 제도를 활용한 경우 수출자가 미국 관세당국(CBP)에 직접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DDP는 수출자가 물품을 수입국의 지정된 장소까지 배송하고, 관세‧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금을 부담하는 거래 조건을 말한다.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총 2만4000여개 기업이 상호관세 대상 품목과 철강·알루미늄등 품목관세 대상 물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이 중 DDP 조건으로 미국에 수출한 기업은 6000여개로 파악됐다.관세청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대미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환급 기본 절차와 청구 기한 등을 즉시 안내한 바 있으며, DDP 활용 기업에게는 전국 세관의 수출입기업지원센터를 통해 미국 환급 관련 정보를 기업별로 개별 제공하고 있다.그 다음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른 형태의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공급 과잉과 강제노동 문제 등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가 종료되는 7월 말 이후 새로운 형태의 대체 관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대미 투자 전략도 새로운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는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그러나 상호관세에 이어 글로벌 관세도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한국의 협상력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무역 합의 이후 구체적인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반면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협상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어 통상 분야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미국이 중동 파병이나 공급망 협력, 전략 투자 등을 통상 협상과 연계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외교·안보 전반의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옉교수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식 일방 관세 정책에 대한 법적 제동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트럼프는 어떤 형태로든 다시 관세를 부과하려 할 것"이라며 "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무역 보복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한 환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실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