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 호소에도 평행선, 성과급 놓고 막판 충돌박수근 중노위 위원장 직접 등판, 타협점 찾을까 관심긴급조정권·가처분 변수, 노조 균열 속 긴장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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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막판 사후조정 협의에 들어간다. 성과급(OPI) 제도화와 상한 폐지를 둘러싼 노사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총파업 현실화와 함께 정부의 긴급 조정권 발동 가능성, 법적 공방까지 겹치며 초유의 강대강 충돌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돌입한다. 오는 21일 예정된 18일간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다.

    노사는 지난 11~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에서 합의에 실패했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연이은 중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및 대화 호소 이후 추가 협상에 다시 나서게 됐다. 중노위 사후조정에는 별도 기한이 없지만 총파업 예고일까지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번 회의가 최종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이날 조정위원으로 직접 참여하기로 하면서 협상 무게감도 한층 커졌다. 노사 양측이 모두 박 위원장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여전히 성과급(OPI) 제도화와 상한 폐지 여부다. 노조는 기존 연봉 50%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VA(경제적부가가치) 중심의 현행 OPI 체계는 회사 재량권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사측은 기존 OPI 틀을 유지하면서 추가 특별보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제도 유지 하에 DS부문 영업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영업이익의 9~10% 수준을 별도 재원으로 지급하고, 이를 3년간 유지한 뒤 재논의하자는 방안이다. 앞서 중노위는 영업이익의 12%를 특별포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중재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12~13%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핵심 쟁점인 '고정적 제도화'를 두고는 여전히 시각차가 크다. 노조는 "과거 회사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명문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측은 투자 여력 감소와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노사 모두 이전보다 한발 물러선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교섭대표였던 김형로 부사장을 교체하고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조 역시 김 부사장의 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등 협상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접점을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의 공개 메시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대국민 사과문에서 "노동조합원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사장단 역시 노사 갈등으로 국민과 정부에 부담을 줬다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협상 분위기와 별개로 노조 내부 갈등과 대외 여론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초기업노조에서는 DX부문을 중심으로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며 한 달 새 약 4000명 규모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집행부의 직책수당 이중수령 논란까지 불거지며 내부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노조 간부들의 강경 발언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은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분사도 각오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온라인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노조는 정부의 긴급 조정권 언급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긴급 조정 언급 이후 회사 태도가 바뀐 것 같다"며 "긴급 조정과 중재로 압박하고 있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측이 기존 사후 조정안보다 후퇴된 안을 제시했다며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 경제 차원의 문제로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긴급 조정권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긴급 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하며 30일간 쟁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후 중노위 조정 및 강제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긴급 조정권이 실제 발동될 경우 2005년 대한항공 이후 21년 만이다. 다만 노동계는 헌법 상 노동3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경제 논리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적 변수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오는 20일 나올 예정인데 인용될 경우 파업 범위와 방식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 현실화 시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 협력 업체 피해 등을 포함해 최대 100조원 규모의 직간접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HBM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국 업체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단순 임금 협상이 아니라 반도체 경쟁력과 글로벌 고객 신뢰가 걸린 문제"라며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 뿐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 공급망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