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환급금에도 1분기 중도해지 건수 4년만에 최고치 기록제도 활성화 위해 실거주 의무 완화·우대형 지원 확대시세변동 미반영, 기가입자 소급 적용 안돼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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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주택금융공사
    집값이 다시 뛰자 노후연금보다 집값 상승 기대를 택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억대 반환금 부담에도 주택연금을 깨고 증여·매각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책연금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연금 중도해지 건수는 총 69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8%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1월 222건·2월 228건·3월 245건으로 매월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21년 부동산 과열기 이후 약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매달 노후자금을 받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만 55세 이상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경우 가입 가능하다. 수령액은 가입 당시 집값과 나이에 따라 정해지며, 나이가 많을수록 매달 받는 돈이 늘어나는 구조다.

    해지율이 높아진 것은 연금 지급액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지수는 0.55% 상승, 3달만에 오름폭이 확대됐다. 향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가입자들은 해지 시 발생하는 억대 환급금도 감수한 모습이다. 3월 해지된 245건에 대한 누적 연금지급액은 376억여원으로, 환산하면 인당 1억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반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기 보증료와 대출 이자는 물론, 받은 연금과 연 보증료가 모두 포함된 영향이다.

    억대 환급금을 부담하면서도 해지한 사유는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보인다. 집값 상승에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노후 자금 마련 목적보다는 자산 이전 수단으로서 주택을 활용한 모습이다.

    주택연금은 요건 충족 가구 중 가입률이 2%에 채 미치지 못하면서 정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개정을 통해 지급액이 3.1% 인상됐고, 초기 보증료도 1.5%에서 1.0%로 낮춰졌다. 오는 6월에는 신규 신청분에 대해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한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한편, 저가 주택에 월 수령액을 늘리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률 증가보다는 중도해지가 두드러지는 것은 정책연금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입 이후 주택가격 상승분이 월 지급액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수령액 변동과 보증료 인하 등 개선된 요건이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존 가입자 불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단계에서 자산 불균형 해소와 공적 연금 한계 보완을 위해 활성화가 필요한 상품”이라며 “최근처럼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질 경우 자산 유동성과 상속 수요가 제도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