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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테슬라 스토어에 사이버트럭이 전시되어 있다.ⓒ뉴시스
전기차 보조금 사업자 평가 기준이 완화되면서 테슬라가 국내 투자와 고용 등의 기여 없이도 대규모 보조금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산·부품·고용 등을 부담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딜러망 및 서비스센터 비용을 부담하는 기존 수입차 업체에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확정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이 기준을 통과한 제작·수입사만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통과하지 못한 업체는 하반기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종 평가 기준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다. 당초 총안은 12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 야 통과할 수 있었지만 최종안에서 문턱이 낮아졌다. 평가 항목은 기술개발 역량 10점, 공급망 기여도 40점, 환경정책 대응 15점, 사후관리·지속성 20점, 안전관리 15점 등 5개 분야다.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 기간이 짧은 수입차 업체도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 셈이다. 기술개발 역량 평가에서 국내 법인뿐 아니라 해외 본사의 연구개발 실적도 일부 반영 될 여지가 생기면서다. 기업 신용등급과 국내 특허 보유 현황 등 수입차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항목은 빠졌다.
신규 진입 업체 중 테슬라는 통과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로 꼽힌다. 판매 규모, 충전 인프라, 차량 소프트웨어 관리 등을 앞세운다면 공급망 기여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60점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테슬라는 슈퍼차저와 OTA 기반 관리 체계를 이미 구축해 사후 관리·지속성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7만2321대다. 이 가운데 테슬라 모델X와 모델3의 합산 판매량은 1만9875대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27.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테슬라는 일부 차종 가격을 최대 940만원 낮춘데 이어 올해 모델3 가격율 4199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가격 정책에는 기존 수입차 업체와 달리 딜러망 없이 온라인 직판 중심으로 판매해 전시장·딜러 운영 비용을 줄인 판매방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지역의 경우 승용 전기차 지방비가 최대 60만원 수준으로 모델3 스탠다드 RWD는 국고보조금 168만원을 더해 200만원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국고보조금과 지방비를 합쳐 300만~600만원대 지원이 가능하다. 국고보조금을 420만원까지 받는 모델3 롱레인지 RWD는 경기 일부 지역에서 총 보조금이 900만원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생산 기반 투자 부담을 안은 채 가격 경쟁을 해야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대비된다. 기존 수입차 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올 수 있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국내 딜러망과 서비스센터를 기반으로 판매와 사후관리를 해왔다. 평가에서 충전망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크게 반영되면 비용 부담이 큰 기존 수입차 업체가 불리해질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생태계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특정 수업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을 떠받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 테슬라에 보조금이 유지되는 것이 전기차 보급 확대와도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도 국내 생산·부품 조달·고용 기여도가 최하위권인 브랜드인 만큼 국내 전기차 생태계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 자체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