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묻지마 매도'에 급락·기간 조정 도돌이표사천피 당시 'AI 거품론·엔비디아 텐배거 피로감'육천피 찍자 '미·이란 전면전' 등 매크로 악재 맞물려 팔천피 넘기자 '삼전 노조 리스크'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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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대통령ⓒUPI 연합
코스피 지수가 앞자리를 갈아치울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세가 쏟아지며 증시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이른바 '앞자리 징크스'가 반복되고 있다.역사적 고점 돌파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와 글로벌 매크로 악재가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지수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급락 내지 지루한 기간 조정을 거치는 '잔혹사'가 공식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삼천피에서 최근 팔천피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 패턴이 반복됐다.◆ AI 버블론에 깨진 '사천피''앞자리 잔혹사'의 시작은 작년 7월 말 코스피가 3300선 전고점을 돌파하던 시점이다.전고점 돌파 바로 다음 날 외국인의 대량 매도 폭탄이 떨어지며 지수가 하루 만에 4%가량 급락했고, 이후 약 20일간의 지루한 기간 조정을 겪어야 했다.징크스는 사천피 국면에서 더 뚜렷해졌다.작년 11월 초 코스피가 4200선을 뚫으며 신고가를 경신하자마자 외국인은 다시 한번 매도 버튼을 눌렀고 지수는 3800선까지 밀려났다.이 시기는 빅테크의 실적이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AI 버블론'이 거세게 고개를 들던 때다. 매크로발 빅테크 거품론과 외국인의 수급 이탈이 겹치며 시장은 한 달 반 가량의 조정을 겪었다.올해 들어서도 이 패턴은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 2월 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해 5200선에 안착하자 외국인은 이틀 연속 대량 매도를 감행했다.비록 이 시기에는 국내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모두 받아내며 조정을 무시하고 지수를 밀어 올렸으나, 매도세 자체는 위협적이었다.◆ 육천피 찍으니 '이란전쟁'외국인의 매도 본능은 2월 말 6200선 돌파 시점에 다시 극대화됐다.코스피가 육천피에 안착하자마자 지정학적 최대 리스크인 '미국·이란 전쟁' 발발 소식이 시장을 덮쳤고 외국인은 이틀 연속 폭탄 매물을 쏟아냈다.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공포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겹치며 코스피는 한 달 동안 강제 기간 조정 국면에 갇혀야 했다.최근 코스피가 7400선을 돌파한 시점에서도 어김없이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출현하며 투자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지수가 8000선에 가까워질 때마다 조정 압력이 강해지는 학습 효과에 더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시장의 매크로 불확실성은 정점을 찍었다.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마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외국인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매도를 퍼부었다.◆ '팔천피' 넘으니 '삼전파업'지수가 8000을 돌파하자 공교롭게도 이번엔 삼성전자 파업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한 번 외국인이 이탈하는 장세가 펼쳐졌다.삼성전자의 가동 중단 우려로 인해 코스피가 7000선 붕괴 직전의 벼랑 끝까지 내몰렸으나 20일 저녁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이르면서 21일 오전 반등하는 모습이다.총파업 돌입을 단 하루 앞두고 고용노동부의 중재 속에 20일 저녁 협상을 벌였고 노사는 특별성과급 지급 안 등이 포함된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해 냈다. 파업으로 인한 반도체 생산 차질과 한국 경제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을 우려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외인들의 투심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여기에 글로벌 AI 랠리의 풍향계인 미국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호실적)' 모멘텀이 화력을 보탰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치를 가뿐히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적표를 내놓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6%넘게 급반등 하는 모습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천 단위 가격대에 진입할 때마다 악재가 타이밍 좋게 겹치며 외국인의 차익 실현 명분이 되어왔다"면서도 "이번 팔천피 터치 과정에서 발생한 진통은 삼성전자 노사 리스크 해소와 엔비디아발 호재 덕분에 단기 장중 조정으로 빠르게 마무리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대내외 악재가 걷힌 만큼 코스피가 7000선을 탄탄한 바닥으로 다진 뒤 8000선 안착을 위한 강력한 신고가 랠리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