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산 잔고 1조2129억 … 해외 투자금 일부 국내 반도체·ETF로 이동40·50대 가입 비중 57%…잔고도 50대·40대가 59% 차지엔비디아·테슬라 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산 투자자들5월말까지 공제율 100% … 6월부터 80%, 8월부터 50%로 축소
  • ▲ ⓒ금융투자협회.RIA 매매종목 현황(3.23일~5.8일)
    ▲ ⓒ금융투자협회.RIA 매매종목 현황(3.23일~5.8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출시 두 달 만에 24만좌·2조원에 달했지만, 미국 주식 보관금액 약 300조원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외 주식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기 위해 세제 혜택을 내걸었지만, 실제 환류 규모는 미국 주식 보관금액의 0.67%에도 못 미쳐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월 23일 출시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의 총 가입계좌와 잔고, 가입자 분포, 매매종목 등 현황을 발표했다. 총괄 현황의 계좌 수와 잔고는 RIA를 출시한 모든 증권사 24사 합산 기준이며, 세부 현황은 계좌 수 상위 10개 증권사 집계 기준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5월19일 기준 RIA 누적 가입계좌는 24만2856좌, 총 잔고는 1조9443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좌 수와 잔고는 출시 초기부터 KOSPI 지수 흐름과 맞물려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미국 주식 보관금액 약 300조원의 0.67%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IA에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주식과 주식형펀드 등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자산 잔고는 총 1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금투협은 RIA가 외화 유입과 국내 증시 수요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RIA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출시일부터 5월 8일까지 계좌 수 상위 10개 증권사 기준 가입 비중은 40대가 31%, 50대가 26%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이어 30대가 21%, 60대 이상이 12% 순이었다.

    잔고 기준으로도 50대와 40대 비중이 높았다. RIA 잔고는 50대가 32%, 40대가 27%를 차지해 두 연령대 합산 비중이 59%에 달했다. 60대 이상은 19%, 30대는 15%를 기록했다. 금투협은 30대 이하 가입 비중도 31%로 적지 않아 RIA 세제 혜택이 청년층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매매종목을 보면 해외 빅테크 투자금이 국내 반도체·AI 관련 주식과 국내자산에 분산투자하는 ETF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테크 주식과 디렉시온 반도체 3배, 나스닥100지수 3배 등 국내투자자 선호가 높았던 레버리지ETF를 주로 매도해 수익을 확정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 반도체 기업 주식과 KOSPI 200 지수 추종 ETF 등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AI·반도체 투자금 일부가 국내 반도체 대형주와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한 셈이다.

    금투협은 RIA 세제 혜택과 관련한 투자자 유의사항도 안내했다. 해외주식 매도 결제 완료 기준 양도소득 공제율은 5월말까지 100%, 6월부터 7월말까지 80%, 8월부터 연말까지 50%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해외 주식과 ETF 매매이익에는 양도소득세 22%세율이 과세된다. 매매이익이 비과세되는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ETF에 비해 세제상 불리한 구조다. 절세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RIA 가입을 통해 5월말까지 적용되는 100% 양도소득 공제 혜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5월말까지 해외주식 매도결제가 완료돼야 양도차익에 대해 100% 양도소득 공제가 적용된다. 해외주식은 주문체결일과 결제일 사이에 시차가 있어 T+1일, T+2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 주문체결 시한은 증권사별 결제업무 절차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거래 증권사에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투자자는 매도결제일 이후 1년간 해외주식 매도대금을 RIA 내에서 국내상장주식, 국내주식형펀드, 예탁금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세제혜택이 추징될 수 있다.

    또한 ‘26년 중 RIA 외 계좌에서 세제혜택차감 상품인 해외주식, 해외ETF 포함 상품, 국내상장 해외투자ETF 등을 순매수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간별 공제율을 적용한 순매수 금액만큼 RIA 양도소득 공제액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국내시장복귀계좌는 해외시장에 머물던 유동성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도 업계와 함께 투자 매력이 높은 다양한 국내 투자상품을 출시하여 국내시장복귀계좌가 환율 안정과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는 다시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국면에서도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안정적 성장 흐름을 보이는 인텔, 마이크론, 알파벳 등 미국 반도체·AI 관련 종목을 집중 매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3월 말 1541억5821만 달러에서 4월 말 1797억6432만 달러, 이달 14일 2003억1375만 달러까지 늘었다. 한화로는 약 300조원 규모다. 두 달 새 461억5554만 달러, 29.9% 증가했다.

    고환율은 새로 달러를 매입해 미국 주식에 진입하려는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보관금액 증가는 미국 기술주 상승과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 매수 결제 규모 확대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환율을 달러당 1500원으로 환산하면 보관금액은 300조4706억원에 달한다.

    미국 주식 매수결제 규모도 5월 중순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 증시 부양책 영향으로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던 미국 주식 결제금액은 이달 들어 순매도 폭을 점차 줄이고 있다. 5월 1∼7일 미국 주식 하루 평균 매수결제 금액은 11억1391만 달러였지만, 8∼15일에는 15억5441만 달러로 39.5%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RIA가 국내 증시 환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국 주식 투자 수요를 되돌리기에는 아직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만으로 해외 빅테크에 몰린 투자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끌어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증시의 수익률 신뢰와 투자 상품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RIA의 실질적 효과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