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품은 농협, 유권자 187만명 '미니 대선' 열리는데 … 선거 비용 부담 두고 당정-농협 시각차민주성 강화 기대 속 400억대 선거비 최대 과제 … 농협 요청한 '선거 공영제' 도입 이뤄질지 주목
  •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를 전격 수용했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농협 개혁' 공개 발언 이후 중앙회가 입장 정리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선제 도입시 선거비용이 최대 400억원대로 불어나면서 선거비용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조합원 직선제 도입시 유권자 수는 농협중앙회 조합원 약 240만명 중 단위 농협에 중복 가입된 조합원을 제외한 약 18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조합원이 농협 중앙회장 선거에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농협중앙회장은 명실공히 '농민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직선제 도입은 '민의 확대'가 명분이지만 중앙회장이 조합원의 지지를 얻어 선출되는 만큼 대표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여서다. 

    당정은 2028년 3월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회장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고 2031년부터 중앙회장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치러 선거 비용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조합장들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인  현행 중앙회장 선거는 약 4800만원이다. 이를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면 중앙회 추산으로 위탁선거비 318억8000만원과 선거운동비 51억5000만원 등 406억2000만원에 달한다. 현행 대비 선거비용이 최대 846배에 이르는 것이다. 

    차기 중앙회장 임기 단축을 대안으로 내세운 농식품부는  선거비용으로 170억~190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조합장 선거에 약 270억원이 소요되는데 여기에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정부에 직선제 도입으로 불어나는 중앙회장 선거비용에 대해 선거공영제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1일 대국민 입장 발푤흘 통해 조합원 직선제를 수용했다. 그는 "지역 갈등과 농협의 정치화, 금권선거 부작용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면서도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지원 재원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선거공영제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선거공영제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거비용을 일부 또는 전액 보전해주는 제도다.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전국 단위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오롯이 중앙회가 부담하게 되면 농업인 지원 사업 축소와 농가 경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선거 비용을 농협 자체 재원으로만 충당할 경우 결국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제도 개선의 공공성과 농업·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선제 도입 시 선거인이 전국 187만여명 조합원으로 대폭 확대되는 만큼 전국 단위 투표소 설치, 선거인 명부 작성, 선거공보·벽보·안내 발송, 전산 및 보안 운영, 위법행위 단속 인력 투입, 투·개표 관리 등 선거 관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정의 농협법 개정안은 선거비용 부담 주체를 중앙회로 명시하고 있다. 선거비용이 쟁점이 된 만큼 정부는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선거공영제 도입 논의 등도 추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공직선거법이나 대통령 선거에 적용되는 정부 지원 방식이 아니라 위탁 주체인 중앙회가 후보자들을 위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이 조합원 직선제를 전격 수용했지만 직선제를 둘러썬 농업계 우려도 여전하다. 직선제 도입 시 선거 과열, 농협의 정치화, 금권선거 가능성, 포퓰리즘 공약 경쟁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직선제로 선출되면 중앙회장 권한이 막강해져 농업 현안 해결을 자구적 노력보다 정치권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고, 조직 역시 방만해질 우려가 있다"며 며 "직선제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고 권한 분산을 목표로 추진된 농협 개혁이 오히려 권한 강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