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보 최대 15억달러 규모 매각 … GC녹십자 지분율 20.3% 반영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테인' 확보 … 싱그릭스 대비 내약성 개선 기대GC녹십자, 매각대금·마일스톤·CMO·로열티 기반 수익구조 유지
  • ▲ GC녹십자 본사. ⓒGC녹십자
    ▲ GC녹십자 본사. ⓒGC녹십자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백신기업 3곳을 인수한 가운데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 큐레보가 포함됐다.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막대한 현금창출력을 확보한 릴리가 감염병 예방 분야로 연구개발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GC녹십자도 지분 매각대금과 위탁생산(CMO), 로열티 등을 통한 중장기 수익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 백신(이하 큐레보)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와 발행 주식 전량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릴리는 큐레보 지분 전체를 인수하고 큐레보가 개발 중인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프로젝트명 CRV-101)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

    릴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큐레보를 포함해 림마테크 바이오로직스, 백신 컴퍼니 등 백신 기업 3곳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건의 총 거래 규모는 최대 38억3000만달러다. 

    릴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감염병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신경계 질환·암·불임 등 감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질환 부담을 줄이는 예방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큐레보 인수 규모는 최대 15억달러다. 큐레보 주주들은 거래 종결 시점에 지급되는 계약금과 향후 특정 목표 달성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다. GC녹십자는 큐레보 지분율 20.3%에 비례한 계약금을 거래 종결과 동시에 수령하게 되며 이는 향후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예정이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공동 투자해 2017년 11월 설립한 미국 관계사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큐레보와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테인의 상업화 이후 제품 공급을 위한 CMO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매각 이후에도 GC녹십자는 단순 지분 매각대금뿐 아니라 잠재적 마일스톤 분배금, 향후 CMO 매출, 매출 기반 로열티 등을 통해 중장기 수익구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GSK의 싱그릭스(Shingrix)가 주도하고 있다. 싱그릭스는 높은 예방효과를 바탕으로 시장을 형성했지만, 접종 후 피로·오한·주사 부위 통증 등 반응원성에 대한 부담이 접종률과 2차 접종 순응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큐레보의 아메조스바테인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후보물질이다.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한 결과 주요 평가 지표에서 비열등한 면역원성을 보였고 활동을 제한하는 피로·오한·주사 부위 통증 등 이상반응은 절반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내약성이 개선된 백신이 대상포진 예방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대상포진과 연관된 뇌졸중·치매 위험 감소 가능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성장성도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싱그릭스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35억5800만파운드(한화 약 7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릴리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대형 시장에서 차별화된 내약성을 앞세운 후속 백신 후보를 확보한 셈이다.

    릴리는 큐레보 외에도 림마테크와 백신 컴퍼니를 함께 인수하며 감염병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림마테크 인수 규모는 최대 7억8000만달러다. 림마테크는 항생제 내성 증가로 치료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는 황색포도상구균, 임균,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등 세균 병원균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주력 후보물질인 LTB-SA7은 수술 부위 감염의 주요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을 겨냥한 백신으로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백신 컴퍼니 인수 규모는 최대 15억5000만달러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생체 내 나노입자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 수준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도 기존 생산 방식의 부담을 줄이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를 겨냥한 5개 항원 기반 백신 후보물질로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EBV는 다발성 경화증과 일부 악성종양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어 예방 백신 개발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릴리가 지난해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센터장을 지낸 피터 마크스 박사를 감염병 부문 책임자로 영입한 이후 백신 분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의약품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항암제, 면역치료제에 이어 감염병 예방 분야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GC녹십자에게도 이번 거래는 의미가 크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 시장 진출을 목표로 육성해온 자산이다. 릴리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역량이 더해지면 아메조스바테인의 후속 개발과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GC녹십자가 기존 CMO 계약을 이어갈 경우 백신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한 추가 매출 기회도 기대할 수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거래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향후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자산 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GC녹십자는 이번 매각 대금을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프리미엄 백신, 혁신 희귀의약품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