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리스크에 비중동 캐나다산 원유 급부상지난 4월 한국 캐나다산 수입 205% 급증잠수함 수주 성공 시 캐나다산 확대 전망
  • ▲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연합뉴스
    다음 달 한국과 독일이 맞붙는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정부와 한화오션·HD현대는 잠수함 수주를 위해 ‘원팀’을 구성하고, 수조 원 규모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 확대 방안을 패키지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협상 카드로 여겨졌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지면서 캐나다산 원유가 비중동산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2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중동 국가 가운데 주요 수입국인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214만5000t으로 13.4%, 호주산은 44만t으로 89.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정유업계는 미국산과 사우디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관세청이 캐나다산 원유 수입 과정의 걸림돌이었던 원산지 입증 문제를 해소하면서 실질적인 무관세 적용이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국내 공급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올해 초만 해도 한국 잠수함 수주를 위한 패키지 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에 이은 비중동산 핵심 원유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안정적인 공급 물량 확보는 과제로 꼽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 속에서 캐나다산 원유가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평소에는 중동산 대비 공급 안정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최근 관세청과 원산지 입증 간소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으로 원유 수출을 연간 최대 3300만 배럴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기회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유 수입의 절반 이상은 캐나다산이지만, 최근 베네수엘라산 도입을 늘리면서 생기는 일부 공백에 한국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45만배럴로, 미국이 2019년 베네수엘라 에너지 업계에 제재를 부과한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캐나다산 원유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끈적끈적한 유황 함량이 높은 초중질유여서 정제 과정이 쉽지 않고 배관, 파이프라인 부식 우려도 크다”며 “캐나다산 원유가 중질유로 상대적으로 더 합리적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유사 정제설비는 중질유 중동산에 맞춰져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린 이후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비중동산 원유 공급망 다변화는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