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첫 변론 기일 열려 … TC본더 특허 놓고 주장 엇갈려플럭스 도포·검사 기술 두고 정면 충돌 … 무효 주장까지청색광·스퀴지 구조 쟁점 … HBM 공정 주도권 경쟁 확전
  •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 전경ⓒ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 전경ⓒ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TC 본딩 장비 특허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공정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법정 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다. 플럭스 도포·검사 기술을 둘러싼 침해 여부와 특허 무효를 놓고 양측이 정면 충돌하면서 이번 소송이 향후 반도체 후공정 장비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제63민사부 심리로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청구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렸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2024년 말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핵심 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응해 한화세미텍이 역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 간 분쟁은 맞소송 양상으로 확전됐다.

    이 날 열린 첫 변론 기일에서 원고인 한화세미텍은 자사가 보유한 '플럭스 도포 및 검사' 관련 3건의 특허를 피고인 한미반도체 장비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한미반도체는 기술적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일부 특허는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TC 본딩 공정에서 칩 적층 시 사용되는 플럭스 처리 기술이다. 플럭스는 칩 접합 과정에서 접착을 돕는 물질로 균일한 도포와 이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기술이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한화세미텍은 첫번째 특허와 관련해 플럭스가 칩 범프에 균일하게 도포됐는지를 개수 기준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제시하며 한미반도체 역시 동일한 기술적 사상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반도체가 영역 단위로 불량을 판단한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균등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두번째 특허에서는 광원을 활용한 검사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화세미텍은 특허에서 규정한 청색광을 한미반도체 장비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개된 영상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백색광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허에서 요구하는 '탐색 영역 설정' 과정 자체가 최신 장비 구조에서는 필요 없다고 맞섰다.

    세번째 특허는 플럭스 도포 후 표면을 균일하게 만드는 스퀴지 구조를 둘러싼 공방이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 장비에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탄성 구조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미반도체는 해당 메커니즘 자체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해당 특허는 구조 설명이 불명확한 '기재불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첫번째 특허 일부 청구항에 대해 선행 기술이 이미 존재한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특허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기존 기술과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단순한 침해 여부를 넘어 특허 유효성까지 함께 다투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개별 기업 간 소송을 넘어 HBM 시장 확대 국면에서 TC 본딩 장비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화세미텍은 침해 행위 금지와 관련 장비 폐기, 약 10억원 규모의 일부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관련 장비 기술 적용 범위와 시장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피고 측이 먼저 제기한 특허 분쟁에 대응해 원고가 제기한 소송으로 양측 간 맞소송 양상으로 확전된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핵심 공정 특허를 상호 견제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최신 TC 본딩 장비의 경우 노즐 크기 확대 등 구조 변화로 인해 기존 특허에서 요구하는 검사 방식이나 공정 단계 자체가 불필요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공정 로직이 달라진 만큼 기존 특허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는 향후 재판에서 기술적 차이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장비 업체 간 경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TC본더 분야에서 10년 넘게 시장을 주도해온 한미반도체와 빠르게 추격 중인 한화세미텍이 정면 충돌하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의 퍼스트무버로 SK하이닉스와 10여년간 협력하며 장비 최적화를 이뤄왔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해왔고, 주요 메모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후발주자임에도 그룹 차원의 지원과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SK하이닉스 공급망에 합류하며 기존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규 납품 계약을 기반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양사 갈등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장기간 누적된 분쟁에서 비롯됐다. 과거 인력 이동을 둘러싼 기술 유출 논란에서 시작된 갈등은 부정경쟁행위 소송과 특허 소송으로 이어지며 점차 격화됐다. 이후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맞소송 구도로 확대되면서 전면전 양상을 띄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향후 HBM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정 장비의 생산이나 납품이 제한될 경우 주요 고객사 물량 배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승패에 따라 TC본더 시장 점유율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쪽이 승소할 경우 경쟁사의 공급 물량이 제한되면서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고, 반대로 패소 시에는 후발주자의 시장 침투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양사 간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럭스 도포와 검사 기술은 적층 품질과 직결되는 핵심 공정"이라며 "특허 해석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