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회의와 정부 구두개입 경고에도 1500원대 지속 유지국민연금 환헤지·세제지원 총동원 … 추세 전환은 역부족외환당국 대응여력 제한 …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분수령
-
- ▲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환율이 금융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여전히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로, 향후 대외 충격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주요 4개 기관장(F4)은 지난 7일 긴급 회의를 열고 환율 변동성과 투기적 거래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당국이 사전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을 지켜보고 있고, 필요시 조치하겠다는 차원에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전날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1.5원을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개입한 직후 8일 환율은 153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락 전환에 성공했지만, 10일 마감 기준 1524.2원으로 15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부터 세제지원까지 … 달러 끌어오기 총력전정부는 구두개입에 앞서 다양한 환율 방어 정책을 시행해 왔다.지난 4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으로 급등하자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자산 ‘환헤지 비율’을 5%포인트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전략적 환헤지는 기금의 목표 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환율 위험 관리 비율이다. 환헤지 비율이 높아지면 앞으로 받을 달러를 현재 가격에 미리 파는 거래가 늘어나며,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을 강제로 공급해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난다.2025년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투자 자산은 약 5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며, 단순 계산하면 약 25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가 추가로 헤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집행은 시장 상황과 환율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곧바로 250억 달러가 선물환 시장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환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구조적으로 달러 매도 포지션을 늘리는 방향이라는 점 자체를 안정 요인으로 평가한다.지난 3월에 통과된 ‘환율안정 3법(조세특례제한법, 농어촌특별세법 개정 등)’은 해외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세제 패키지다.해외주식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으로 자금을 돌릴 경우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00% 비과세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세금을 면제받아도 감면액의 20%를 농특세로 내야하는 규정을 손질해 농특세까지 면제하는 ‘세금 0원’을 구현해 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판 달러를 국내로 가져와 원화로 환전하도록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아울러 당국은 구두개입에서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 원화 약세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외화자금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투기적 시장교란 움직임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NDF 거래를 궁극적으로 국내 외환시장(DF)으로 흡수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도 모색 중이다. -
- ▲ ⓒ뉴데일리
◆ 시간 벌었지만 … 남은 환율 카드 많지 않다당국은 환율안정 3종 세트 등 그동안의 조치들이 환율을 안정화 시키는 데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원화 국제화와 선진화 작업을 지속해 온 만큼, 시장의 체급을 키워 원화 약세 현상을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현재까지 내놓은 환율 관리 대책들이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 민간기업의 장부 속에 숨어있는 달러를 시장으로 끄집어내는 ‘우회 개입법’에 집중돼있다는 지적이다. 메커니즘 자체는 정교하지만, 환율을 하락시키기보다는 상단을 묶어두는 ‘지연책’에 불과하다는 것.다만 금리 인상과 외환보유고 투입 부담이 큰 상황에서 당국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기준금리 인상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3%를 돌파한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 마지노선을 깬 과도한 외환보유고 소진 역시 글로벌 헤지펀드의 표적이 돼 외환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공포가 깔려 있다. 현재의 환율 폭등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와 외국인의 코스피 폭풍 매도 등 국내 당국이 손댈 수 없는 외부 악재가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정부가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카드를 대부분 소진한 상태에서 이번 달 연이어 예정된 주요국 통화정책회의는 우리 외환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늘(11일) 유럽중앙은행(ECB)을 시작으로 16일 일본은행(BOJ),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발표가 차례로 예고됐다. 유로화와 엔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글로벌 달러 인덱스가 치솟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폭등을 부추기겠지만, 반대로 일본의 긴축 선회 등으로 엔고가 받쳐준다면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우회적 달러 공급 카드는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셈”이라며 “미·일·유럽의 금리 결정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지나갈때까지 외환 당국과 기업들이 추가 충격을 몸으로 버텨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엄중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