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로봇·배터리·바이오 투자축 제시SK, 메모리 공급 부족 대응 위해 클러스터 확대전력·용수·부지 확보가 초대형 투자 실행 변수
  • ▲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인공지능) 시대를 겨냥한 국내 투자 구상을 직접 밝혔다. 

    이 회장은 광주를 반도체 후보지로 계획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후공정은 천안·온양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용인·청주·서남권에 총 110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총수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AI가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고, 한국이 이 흐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의 생산 기반을 국내에 다시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AI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바뀌었다”며 “여러 인프라와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광주를 반도체 후보지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날 발언의 핵심이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착공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광주가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투자 검토 지역에 올랐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삼성 “HBM은 천안·온양” … AI 반도체 후공정은 충청권에 집중

    이 회장은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투자 방향도 분명히 했다. 그는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없어서는 안 될 HBM은 반도체 칩을 적층하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전공정 수준의 공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HBM 등 기존 반도체 후공정과 함께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를 반도체 후보지로 제시하면서도, HBM과 첨단 패키징 등 당장 글로벌 경쟁력이 필요한 핵심 후공정은 기존 충청권 거점을 중심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AI 반도체 경쟁이 HBM과 첨단 패키징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천안·온양을 삼성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투자 구상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요즘 석학들이 주목하고 있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투자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다”며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관련 투자를 경북 구미에 집중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을 함께 묶은 것은 삼성의 미래 투자가 반도체 제조를 넘어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배터리와 부품, 바이오 투자 구상도 공개됐다. 이 회장은 “삼성SDI가 하고 있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의 필수품인 에너지저장장치,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경남 울산을 중심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조선 사업에 대해서는 “경남 거제에 계속 투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는 부산으로 향한다. 이 회장은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지 기판, 보통 서브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 제품은 AI 서버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 컴퓨터, 전기자동차에도 꼭 필요하다”며 “부산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사업은 인천 송도에 집중한다. 이 회장은 “삼성의 전략 사업이자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 사업은 인천 송도에 집중 투자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 단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으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고객 중심, 품질 중심, 최첨단 기술 혁신과 우수 인재 양성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에서 초격차로 앞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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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AI 데이터센터는 지능 생산공장” … 15GW 구축 추진

    최태원 회장의 메시지는 AI 인프라와 메모리 공급망에 집중됐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왜 AI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사회적 고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국민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AI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AI 팩토리’로 규정했다. 그는 “지능을 생산하는 지능 생산공장, 즉 AI 팩토리가 필요하다”며 “AI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그리고 큰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었다면,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 적응하려면 AI 공장을 만들어 AI를 정말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각 지역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 회장은 “1단계로 전력과 부지를 갖춘 여러 지역에 5GW의 AI 데이터센터를 0.5GW에서 1GW 단위로 쪼개 구축하겠다”며 “이후 2단계에서는 10GW의 AI 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계획을 “대한민국의 AI 내셔널 인프라스트럭처”라고 표현했다. 그는 “SK가 만드는 AI 데이터센터는 로봇과 피지컬 AI를 움직이는 심장 역할을 할 것”이라며 “관련 부품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 전후방 사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규모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여러 참여자를 통해 대략 10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SK “용인 600조원·청주 100조원·서남권 400조원”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급격한 증가가 예측된다”며 “AI도 성능과 사용이 계속 늘어나면 저장해야 할 기억이 많아지는 것처럼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메모리 시장에 대해서는 “극심한 공급 부족”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의 부족 상태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지나친 공급 부족은 높은 가격 상승과 함께 미래 시장을 축소시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투자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45년에 완공 예정이었던 용인 클러스터 계획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용인과 청주에만 700조원이다. 최 회장은 “D램 증산을 위해 용인에 약 600조원, 낸드 증산을 위해 청주에 약 100조원 투자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 구상도 공개했다. 최 회장은 “용인과 청주를 앞당기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새로운 생산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 선정과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며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9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 용수, 인력이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는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밝힌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는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을 합친 약 1100조원이다. 

    다만 최 회장은 투자 집행에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시장의 수요를 면밀히 관측하고 투자를 집행하겠다”면서도 “오늘까지 보이는 수요는 아주 견조하고, 이러한 투자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향후 10년을 보면 SK는 평균 10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계속 집행하겠다”며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해 실행 가능한 파이낸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총수의 발언은 AI 시대 국내 산업 경쟁의 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은 광주 반도체 후보지와 구미 로봇·AI 데이터센터, 울산 배터리, 부산 패키지 기판, 송도 바이오를 앞세워 미래산업 거점을 전국에 배치했다.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산업 인프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