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3년 만에 4.5배 … 기술보다 빨리 불어난 자본빅테크 AI 투자 1조달러, 회사채까지 번진 자금 경쟁순환금융·NBFI까지 얽혔다 … AI가 키운 금융 리스크미래 수익 먼저 산 시장 … BIS "금융 취약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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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은 혁신을 약속하지만 금융은 이미 그 미래를 먼저 가격에 담고 있다. 빅테크를 향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회사채와 신용시장까지 밀려들면서 기술보다 금융이 더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금융 구조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AI 열풍을 기술이 아닌 금융시장 관점에서 분석했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자금 유입과 복잡한 자금조달 구조가 맞물리면 충격이 주가를 넘어 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신용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초기와 비슷한 시장 경색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 기술보다 먼저 움직인 자본

    AI 경쟁은 이제 기술보다 자본이 앞서 달리는 국면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 어느 기술 투자 사이클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규모다.

    문제는 투자 속도다. 막대한 설비 투자는 기업의 이익과 잉여현금흐름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부족한 재원은 자연스럽게 회사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1049억달러에서 올해 175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AI 경쟁이 연구개발을 넘어 채권시장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혁신 산업의 투자 사이클과도 닮아 있다. BIS는 1830년대 미국 운하 건설과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1990년대 닷컴 버블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혁신은 현실이었지만 시장은 미래 수익을 먼저 가격에 반영했고 결국 투자 급랭과 경기 둔화라는 후폭풍을 겪었다.

    AI 투자의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가파르다. 운하 투자는 5년간 4.1배, 철도는 4년간 2.7배, 닷컴 투자는 5년 동안 1.9배 확대된 반면 AI 관련 투자는 불과 3년 만에 4.5배 늘었다. BIS는 기술 발전보다 자본 확장이 더 빠르게 이뤄질수록 미래 기대가 현재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금융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기술 혁신보다 이를 둘러싼 금융 구조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실의 인프라는 아직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메타가 요청한 '제미나이'연산 용량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고 일부 프로젝트도 지연됐다. 알파벳의 미이행 클라우드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4600억달러에 달한다.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확보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도 병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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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를 떠받치는 금융의 균열

    BIS가 더 우려한 부분은 자금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반도체 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는 AI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받은 기업은 다시 수년치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을 장기 계약으로 확보한다. 데이터센터는 제3자가 건설한 뒤 장기 임대로 운영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구조를 '순환금융'으로 규정했다. 투자와 차입, 공급 계약이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리면서 AI 생태계 전체가 복잡한 금융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계약 상당수가 비공개로 이뤄져 동일한 자산이 여러 차례 담보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위험 신호는 채권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AI 기업의 크레디트스프레드는 확대되기 시작했고 BBB등급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주식시장은 여전히 높은 성장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주식과 신용시장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셈이다.

    충격의 통로도 넓어졌다. AI 관련 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경우 기업 신용위험 재평가가 회사채와 하이일드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 여기에 사모대출과 비은행금융기관(NBFI)까지 연결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BIS에 따르면 글로벌 국채시장에서 NBFI 보유 비중은 2021년 44%에서 올해 53%까지 높아졌다.

    BIS는 "역사적으로 혁신은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금융이 이를 앞질렀을 때마다 시장은 대가를 치렀다"며 "AI 시대에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금융 취약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