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장 내정돼 스스로 물러섰나" 금융권 '의혹'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행장이 스스로 물러선 것으로 금융권은 관측하고 있다.

이 행장은 1일 오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연임 없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행장은 "민영화 발자취를 돌이켜볼 때 이제 제가 맡은 바 소임을 다 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 드렸던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퇴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민영화라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을 맡은지 3년이 넘게 지났고, 우리금융그룹내 계열사 매각 등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을 이루어 왔다"며 "민영화 마지막 단계까지 도움을 주신 고객님들과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애쓴 노동조합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해왔던 직원 여러분들 덕분에 소수지분 매각 청약율 130%라는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주 중 은행장 후보 면접 대상자를 추천해 오는 5일 심층면접 진행 후,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현직이 이 행장이 퇴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 부행장의 차기 행장 취임이 유력시 된다. 

이광구 부행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 부행장을 이미 내정해놓은 상태라, 이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이 행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 취임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관치 인사' 논란이 식기도 전에, 서금회 멤버인 이 부행장이 사실상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굳혀져 가는 모양새다. 이 탓에 금융권에선 한동안 '관치 낙하산'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