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둘러싼 하나금융 vs 금감원 갈등… BS사태 재현?KB금융 전 경영진, 효력 정지 결정 얻어내… 관치 논란 거세질 듯
  • ▲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 정상윤 사진기자
    ▲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 정상윤 사진기자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징계에 불복한 금융권 전직 CEO들이 법정 다툼에서 승리하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 BS금융 사태, 1년 만에 또?

김종준 하나은행장에게 금감원이 내린 문책경고 상당 징계가 확정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재발하고 있다. 김 행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금감원이 "징계 사유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겠다"고 나서는 등, 김 행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22일 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행장에게 사퇴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감원을 향해 "참 한가한 조직"이라며 쓴 소리를 내뱉으며 크게 반발하는 등, 사실상 두 조직 간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치금융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BS금융지주 회장 사퇴로 촉발된 '관치금융' 후폭풍에 시달린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장기집권의 폐해가 크다"며 이장호 당시 BS금융 회장에게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이 전 회장은 그룹의 최대 과제인 경남은행 인수합병 문제를 해결한 후에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의 거센 사퇴 압박에 일주일도 채 안 돼 사의를 표명해야 했다. 

부산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BS금융의 수장이 금감원의 압박에 중도하차 하자, 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는 "금감원이 순수 민간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직권 남용이자 명백한 관치"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BS금융 사태가 하나은행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금융당국의 CEO 목 죄기, 법원 '더 이상 안 돼'

금융감독원의 징계에 불복한 금융권 CEO들이 법정다툼에서 승소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ISS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두고 KB금융 전직 경영진이 법원에 제기한 징계요구처분 효력정지 신청이 최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은 KB금융지주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되자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은 이 일로 각각 경징계(주의적경고)와 중징계(감봉)를 받은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징계 효력 정지 소송과 별개로 징계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의 검사로 2009년 1월 중도 퇴진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황 전 회장은 당시 징계에 적용된 은행법이 '행정법규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에 따라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행위는 나중에 만들어진 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동수 전 조흥은행장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앞둔 시점에서 직원의 횡령 사건에 대한 문책성으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최 전 행장에 대한 징계를 두고 통합 신한은행장 선출에 당국이 관여한 결과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인 없는 회사, 금융당국이 왕

CEO에 대한 징계와 중도퇴진이 주로 정부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거나 강력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에서 반복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서는 금감원의 검사·제재로 회장이나 행장이 퇴진한 사례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위 '주인 없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CEO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잘못된 관습이 퍼져있다"며 "민영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분명한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