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이어 남양유업도 체세포수 1등급 기준 적용한 우유 선봬업계 "의미없는 과도한 마케팅" 지적, 업체 "생존 위한 품질 강화 전략"
  • ▲ 한 주부가 이마트에서 유제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 한 주부가 이마트에서 유제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삼중고에 처한 우유업계가 최근 체세포수 1등급 우유를 앞다퉈 내놓으며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미없는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업계는 마케팅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서울우유는 지난주 '나100% 우유'를 출시하고 원유의 위생등급을 결정하는 세균수와 체세포수가 모두 최고등급인 원유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에 따르면 '나100%'는 세균수 1A등급, 체세포수 1등급을 충족하는 원유로 만든 우유 제품으로 그동안 우유 위생 품질 수준이 세균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에 체세포수라는 새로운 기준까지 적용해 더욱 건강한 우유를 내세웠다. 

    서울우유는 앞으로 1등급 원유의 재고 관리와 수급 안정화 등이 갖춰지면 흰우유 전체 제품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TV광고와 포털 및 인터넷 광고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등 '나100%'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 ▲ 나100%우유 출시기념회에서 송용헌 조합장이 우유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 나100%우유 출시기념회에서 송용헌 조합장이 우유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노민호 서울우유협동조합 노민호 상무는 "나100%의 도입은 최고 품질의 원유로 만든 우유 제품을 통해 우유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좋은 우유를 고르는 제대로 된 선택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지난 2009년 제조일자 표기제 시행에 이어 최고등급인 고급 우유를 대중화할 수 있는 포석이자 국산 원유의 품질 향상으로 FTA시대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도약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남양유업 맛있는우유 GT. ⓒ정재훈 기자
    ▲ 남양유업 맛있는우유 GT. ⓒ정재훈 기자


    서울우유가 '나100% 우유'를 내놓은지 일주일 뒤 업계 2위인 남양유업도 '맛있는 우유 GT"와 '저지방우유' 등 주력 우유 제품 4개에 체세포수 1등급 원유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측은 "체세포 1급 원유 적용은 1997년 최초로 우유 전제품에 1등급 원유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우유품질 향상을 위한 또 한번의 시도"라면서 "세균수와 체세포수가 모두 최고등급인 원유를 사용해 침체된 유가공 현실을 품질로써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현재 4개 제품에만 적용된 체세포수 1등급 기준을 단계적으로 전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체세포수 1등급 원유로 우유를 생산할 경우 물류비, 관리비, 생산비 등 제품 원가가 기존 대비 3~5% 가량 늘어나지만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모두 제품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같은 가격에 더 질 좋은 우유를 판매한다고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의미없는 과도한 마케팅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 ▲ 국내 원유검사 현황. ⓒ낙농진흥회
    ▲ 국내 원유검사 현황. ⓒ낙농진흥회


    낙농진흥회 원유검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원유 중 세균수 1A 등급은 91.4%, 체세포수 1등급은 56.7%, 2등급은 35.9%으로 이미 국내 유통되는 흰우유의 대부분은 세균수 1A, 체세포수도 1·2 등급을 충족시키고 있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체세포수 1등급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 우유 품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체세포수는 젖소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1등급은 ml당 20만개 미만 2등급 35만개 미만, 5등급 75만개 등으로 분류되며 체세포수가 적을수록 젖소가 건강하고 원유가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의 경우 체세포 수 40만 개까지 1등급 판정을 내린다. 국내 기준이 더 까다롭다.

    세균수는 원유를 생산하는 목장의 위생과 환경 상태에 따라 관리가 가능하지만 체세포수는 소의 건강상태에서 기인하는 만큼 스트레스와 기온, 환경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의 낙농선진국의 체세포수 1등급 기준에 해당 한다"면서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 중 청정, 균질, 살균 단계에서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에 완제품 우유에서의 체세포 등급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체세포수가 높다는 것은 염증성 세균감염에 의한 비정상적인 저품질 상태를 의미하며,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향이 변하며 원하지 않는 성분의 증가를 가져오고 원하는 성분의 감소를 가져온다"며 "체세포수 1급은 건강한 젖소와 환경으로부터 얻어낸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원유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체세포수가 더 적을수록 더 질 좋은 원유를 뜻한다"면서 "국내에서 만든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우유라는 걸 알리고 신선하고 건강한 우유로 값싼 외국산 유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우유 시장은 인구 감소로 인한 우유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와 재고량 증가, 우유가격 연동제에 의한 가격 임의 조정 불가능, 값싼 수입산 우유와의 경쟁 등 삼중고에 갇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원유의 품질을 더욱 세분화 해 차별화된 고급 우유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매일유업 측은 "매일유업은 이미 뉴질랜드, 네덜란드와 같은 낙농선진국의 체세포수 1등급 기준의 품질 좋은 원유를 사용해 신선하고 깨끗한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또 매일유업만의 ESL 시스템을 통해 우유가 담기는 팩까지 살균하고 생산시 팩 안에 담기는 공기까지 청정공기를 담아 깨끗한 우유를 신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품질 강화 카드를 꺼내든 우유업계가 올해 의미있는 성적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흰우유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로 서울우유가 5719억원(43.8%), 남양유업이 2349억원(18%), 매일유업이 1904억원(14.6%), 빙그레가 475억원(3.6%)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