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당초보다 늦어질 수도호텔롯데 99.83% 日지분, 상장 후 60%대로 낮출 계획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검찰 수사로 최대 위기를 겪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정작 주무기관인 한국거래소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주사로 전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경우 불구속 기소 상태이고, 다음달부터 롯데 관련 첫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상장예비심사의 통과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신동빈 회장이 느끼는 압박과 부담은 커져, 경영권 방어를 전제로 대표이사 사임이라는 깜짝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는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 관련 재판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이다. 호텔롯데도 계열사를 활용한 횡령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판 결과에 따라 분식 등 회계처리 위반이 드러날 경우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강병국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상장심사팀장은 “우선 검찰의 기소 내용을 파악해야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최근에 유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상장 심사를 면밀히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표면적으로는 투명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 것이다.

     

    결국 대내외적으로 이 같은 의지를 표명했지만,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장을 책임지는 한국거래소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이전에 시작했던 상장 추진 정황과 현재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이 여러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상장 통과를 결정했는데 1심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상장 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로써는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장 심사가 1차때 처럼 패스트 트랙으로 이뤄지면 특혜 및 부실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한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장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신동빈 회장은 더욱 초조해지게 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빨리 지키지 못하게 되는 부담이 생기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경영권을 탈환하려는 신 전 부회장의 공격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아직까지 주주들의 이탈은 크게 없지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현재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일본 L투자회사 10여곳이 72.65%를 나눠갖고 있다. 광윤사는 5.45%, 일본 패미리는 2.11%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0.55%)도 일본의 계열사가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호텔롯데 자기주식 0.17%를 제외한 99.83%가 일본 지분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주사로 전환, 일본 지분율을 60%대로 낮춰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41.42%, 롯데상사 34.64%, 롯데물산 31.13%, 롯데캐피탈 26.60%, 롯데알미늄 25.04%, 롯데손해보험 23.68%의 지분을 갖고 있어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 쇄신은 물론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을 끝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호텔롯데 상장인 것이다.

     

    결국 상황이 지연될 경우 신동빈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방어를 전제로 대표이사 사임이라는 깜짝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롯데와 신동빈 개인을 분리시킴으로써 상장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병국 팀장은 “이 역시 현재로써 판단하기 힘들다”며 “기소 내용을 파악한 뒤 대표이사 사임이 상장 심사에 유리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21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올 1월 28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로부터 6개월 내에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데 그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예전처럼 패스트 트랙으로 진행될 경우에도 최소 3개월 이상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