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7조 여신 공급…신성장지원 44% 늘려

  •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수출입은행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수출입은행


"지긋지긋한 저성장이었다."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연임에 마음을 비운 듯 했지만 '불황'이 만들어낸 지표에는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수은의 올해 사업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 행장의 퇴임 전 마지막 공식행사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는 3월 5일 3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 수출입은행장, 꽃보직 아닌 '뭇매직'  

이 행장은 "임기는 한 달 남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굉장히 어려웠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10년 내 최저인 280억 달러에 그쳤다. 주어진 여건 하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서금회의 맏형격으로 화려하게 수출입은행장에 올랐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해운·조선업에 지원을 결정했지만 불황이 깊어지면서 수은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되돌아왔다. 

그는 "금융에서는 큰 위험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을 제일 경계한다"면서 "수은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규모가 크고 투자회수율이 낮은 큰 프로젝트를 계속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경영악화가 극심해지면서 수은의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문제도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행장은 "조선·해운은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6년이 최하위 수준이었고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수출입은행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수출입은행



  • ◇ "수출입銀, 조선·해운 포기 안돼" 

    그는 조선·해운업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이 행장은 "조선·해운은 하나의 도로이자 인프라"라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소위 99%를 해운에서 운송해서 글로벌마켓에 내보내는데 우리가 포기하고 남들이 마음대로 운영하게 내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1위이다. 버틸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년 간 수출입은행의 포트폴리오에서 조선산업이 80%의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조선업이 맨땅에서 벌크선을 짓고 배 만들 때 핵심적인 역할을 수은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차기 행장에 대해 "최소한 저보다 나은 전문가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융은 기업으로치면 정부가 대주주"라면서 "내부, 외부 출신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은 올해 해외건설·플랜트에 16조3천억원, 선박 11조5천억 등 27조8천억원을 지원한다. 수은의 올해 여신 공급량은 총 67조원으로 신성장지원은 지난해보다 44% 늘린 5조5천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