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특검까지… 소비 심리 악화김영란법 후폭풍… 식당가는 개점휴업, 유통가는 매출 급감사드 배치 보복·가축전염병 등 불안 요소 산재… 물가는 고공행진
  • ▲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2016년 10월 31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정상윤 기자
    ▲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2016년 10월 31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정상윤 기자

    김영란법 시행·최순실 국정농단 사태·AI·구제역까지, 끝을 모르고 터지는 악재에 유통업계는 피멍이 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는 곧바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절벽'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으며 민간 소비의 바로미터인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불안한 시국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의 매출이 곤두박질 쳤고 지난해 연말 발발한 가축전염병은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엔 비상이 걸렸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특검까지… 소비 심리 악화

    지난해 7월 26일,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광화문 촛불 집회, 최순실 검찰 조사, 박 대통령 직무정지, 특별검사팀(이하 특검) 발족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내수 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안한 시국 영향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유통업계는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연초·설에도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부터 연초까지는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졸업, 입학 등 다양한 기념일이 포진하고 있어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며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특검까지 진행되면서 시국이 불안정한 탓에 기업들도 공격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면서 전체적인 소비 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과 연초에는 모임과 술자리가 많아 술 소비가 늘어나는 시즌이지만 주류업계도 다소 침체됐다. 예전처럼 연말, 연초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흥을 돋는 마케팅을 펼치는 대신 건전한 음주 문화 조성이나 음주운전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춰 최소한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롯데그룹과 CJ, 신세계 등 특검의 수사망에 오른 기업들의 경우 계열사에 대한 추가 수사 우려도 있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당분간 소극적인 기업 활동을 펼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민간 소비 위축과 내수 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당가에 등장한 '란이한상' 메뉴. ⓒ정상윤 기자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당가에 등장한 '란이한상' 메뉴. ⓒ정상윤 기자


    ◇ 김영란법 후폭풍… 식당가는 개점휴업, 유통가는 매출 급감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유통업계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과 배우자 등 400만명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이는 곧바로 업계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부 손님들은 김영란법 시행 전 식당에 미리 일정 금액을 선결제 해놓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직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 일대 고급식당에는 손님이 뚝 끊겼다. 한정식집과 일식집, 스테이크, 한우구이 식당 등은 김영란법이 정한 음식 가격 상한선인 3만원에 맞추기 위해 양이나 비싼 재료를 줄이고 가격을 내리는 등 대응책을 내놨다.  

    김영란법 이후 첫 명절인 올해 설에는 한우와 수산물, 청과 등 5만원 이상 제품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설 선물세트 본 판매 기간인 지난 1월 12일부터 1월 26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8% 역신장을 기록했다. 명절 대표 제품인 축산, 농산, 수산이 각각 -3.1%, -3.1%, -7.4% 역신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1월 27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1% 하락했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식품업계도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 못한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CJ제일제당의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은 전년 설 대비 약 11%, 오뚜기는 5% 신장했으며 동원F&B는 전년 신장률인 10%에서 절반이 줄어든 5%에 그쳤다.

  •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 면세점 업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 떨어질까 '노심초사'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배치 논란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를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차지하고 있어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 혐한(嫌韓) 사태가 확산되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규 면세점들은 개인 방문객보다 여행사와 협약을 맺어 패키지로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혐한 기류가 확산될 경우 한국을 찾아오는 중국 내 패키지 여행상품이 줄어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긴장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면세점이 올해 12개로 늘면서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악재로 작용한다"며 "국가 간의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 AI 여파로 미국산 수입 계란 대형마트에 첫 등장. ⓒ공준표 기자
    ▲ AI 여파로 미국산 수입 계란 대형마트에 첫 등장. ⓒ공준표 기자


    ◇ AI 여파에 계란 한 판에 1만원 넘어… 수입산 계란 첫 등장

    지난해 11월 16일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식당가에선 '계란 한 알 인심도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만큼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물론 코스트코와 빅마켓 등 창고형 매장에서는 전국적인 계란 물량 공급 부족으로 1일 최대 구매 수량을 1인 1판으로 한정했고 이후 계란값은 1판에 1만원을 육박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1월 말께 한국농사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신선 계란을 수입했다.

    계란 소비가 급증하는 설을 앞두고 가격과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내세운 카드지만 정부가 수입 계란 운송료의 50%를 지원하고 무관세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국민 세금을 수입 계란에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현재 계란 평균가격은 지난달 1판에 9096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8301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 ▲ 관련 사진. ⓒ정상윤 기자
    ▲ 관련 사진. ⓒ정상윤 기자


    ◇ 구제역 '심각' 단계로 격상… 축산농가·유업계 '불안'

    AI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기도 전인 2월 5일에는 충남 보은의 젖소와 한우(육우)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며 가축전염병이 연이어 터졌다.

    농식품부가 9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방역 단계를 최고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키면서 축산농가와 유업계에는 암울한 기운이 돌았다.

    축산농가에서는 외부인과 차량의 농장 출입을 차단하고 정기적인 소독을 하는 한편, 구제역 백신을 가축에게 접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축산농가로부터 우유를 납품받는 유업계도 농가의 구제역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구제역 관련 약품과 소독약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구제역 백신 접종을 완료해 위생상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과거 구제역 파동 때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파동으로 6개월 만에 소와 돼지 약 348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당시 돼지고기 가격이 40% 이상 폭락하고 우유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농가와 유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우유나 육류의 경우 일정 온도 이상에서 가열해 먹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소비자 수요가 줄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이는 곧 농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내수 소비가 위축되는 것도 문제지만 한우와 한돈, 육계, 우유 등의 해외 수출길이 막힐 위험도 있어 걱정이 깊다"며 "구제역의 확산 방지와 조기 진압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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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 술·라면·커피·햄버거·육류까지…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

    소비 위축과는 별개로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술과 라면, 커피, 음료, 햄버거, 육류 등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서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코카콜라와 환타가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했다. 12월에는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고 뒤이어 하이트진로도 맥주 출고가격을 평균 6.33% 인상했다.

    농심은 12월부터 신라면과 너구리 등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고 올해 들어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와 버거킹도 일제히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50여개 음료 메뉴 가격을 평균 10% 가량 인상했다.

    AI와 구제역 등의 여파로 닭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지난 9일부터 일제히 닭고기 가격을 5~8% 올리면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값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당 1만5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지육가격은 지난 8일 현재 1만7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329원이던 것이 8일에는 4757원으로 9.9%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도 아닌데 육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부 유통상들이 가격이 오르기 전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전망도 '암울', "단기간 내 분위기 전환은 어려울 것"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암울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불경기와 내수 침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가축전염병 사태는 물론, 현재 진행중인 특검과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올해 말 예정된 대통령 선거 등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어 단기간 내 분위기 전환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제 연간 성장률은 2.7%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