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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9일 구제역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축산농가의 구제역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식품업계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구제역 영향으로 소·돼지고기 수급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고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번질 경우 국내산 돈육을 원재료로 쓰는 식품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스팸'과 '비비고 왕교자' 등에 국내산 돈육을 사용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당장 구제역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속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된 구제역은 소고기 쪽이고 돈육은 영향이 없다"며 "국내산 돈육은 구제역 예장 접종이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이기 때문에 국내산 돈육을 사용한 육가공 제품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구제역이 장기화되고 소에서 돼지로 번질 경우, 수급 문제로 인한 가격 폭등 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롯데푸드와 동원F&B, 오뚜기 등 육가공 제품을 제조하는 식품업체 측도 당장 수급이나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제역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햄이나 소시지, 냉동식품 등 국내 육가공식품은 국내산과 수입산 돈육을 섞어서 쓰고 있다"며 "만약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산 돈육 수급이 불안정해지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은 수입육 비율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원재료 조절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입육 수요 증가로 원가 상승이 역시 발생할 수 있다"며 "원가 상승이 지속되면 결국 제조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가축 질병으로 불리는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전국에서 소와 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돼지고기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다.
국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롯데푸드와 대상 청정원, 동원F&B 등 육가공업체들은 2011년 들어 햄과 만두, 냉동식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올해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 되고 전국적으로 번질 경우,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어 식품업체들은 구제역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가축을 살처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구제역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미치지는 않지만 수급 문제 때문에 돈육 가격이 폭등할 경우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급 차질이 없도록 중간 유통상의 사재기와 축산물 가공업체의 가공식품 가격 편승인상 및 담합하는 행위 등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축산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 수입 제품을 확대해 시장공급 물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