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연이은 수주 소식에 해운업계는 '우울'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정보 공유 등 상생 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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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조선업계가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과 해운업의 상생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과 해운 산업이 구조조정 여파에서 조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생전략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의 연계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돼 왔다. 해운업은 선박의 수요자 역할을, 조선업은 선박의 공급자 역할을 한다. 때문에 해운업 시황에 따라 선가 및 수주잔량이 변동하며, 이는 다시 조선업 시황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양 산업의 연계 발전 방향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면서 조선업계가 활기를 찾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로부터 11척, 현대중공업은 국내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10척의 일감을 따냈다. 

이같은 수주 소식에 국내 해운업계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 해운시장도 선복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걱정인데, 글로벌 선사들이 계속해서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9월 28일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2129만TEU을 기록했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상위 5위권 선사들의 선복량 증가율이다. 

지난달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은 352만7935TEU로 작년과 비교해 10.4% 증가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같은기간 현대상선은 오히려 43만 2489TEU에서 19.9% 감소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위권 선사들이 몸집을 계속 불리면서 소규모 선사들은 더 경쟁이 어려워지게 됐다"며 "국내 선사들은 당장 선박을 발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계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해운사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어려울수록 서로 돕자"

해운·조선업이 함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내 해운사가 국내 조선사를 서로 돕는 자세가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비교적 싼 선박보다 국내 조선사들이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라는 분석도 있지만 선박 발주에서는 안전성만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지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유경쟁 체제에서 해운사 쪽에 제재를 가할 수 없으니 정부가 나서서 선박 발주를 지원해 주고, 대신 해운사가 국내 조선소를 이용하게 해야 상생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상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노후선 대체를 위한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도록 지원하고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신형선박을 자국선사가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해운, 조선, 철강 등 기자재 산업이 포함된 해사 클러스터를 통해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다양한 R&D 프로젝트와 상호간 자본투자를 연계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도 해운·조선 양 산업의 실질적인 협력과 연계를 통한 상생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확정한 '해운 및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도 각각의 산업에 대한 개별적 발전 방안만 제시해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해운·조선 상생과 재도약' 보고서를 통해 조선·해운산업 상생 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협력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출범하는 해양진흥공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해양진흥공사가 자국선 자국건조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선박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도록 해 조선업 진흥을 도모하고, 선대 비용을 절감해 선사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조선 관측 사업' 운영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 사업은 해운·조선업에 공동으로 필요한 선박가격 정보, 선박 수요·공급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해 경기 변동에 따른 양 산업의 리스크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물동량 증가율이 앞으로 3.5~4.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선복량이 물동량을 추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해운업계가 걱정하는 것처럼 선복량 증가가 경쟁을 심화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조선업 상생은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각 산업이 필요한 게 뭔지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