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허위사실' 담은 전단지 배포만… "문제 해결 뒷전, 시간만 허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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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올림에 직업병 피해를 호소했던 A씨가 최근 삼성에 보상 신청 서류를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며 시간만 끄는 반올림에 등을 돌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마음이 서서히 삼성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서울 서초동의 삼성전자 사옥 주변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자체 제작한 전단지(사진)를 일반 시민들에게 뿌리고 있다.

    반올림은 전단지를 통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질병 범위에 유산과 불임을 포함시키고, 보상 기간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올림의 생각과 달리 반론이 만만찮다. 반도체공장에서 직업병이 일어났다는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유산과 불임까지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는 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보상 대상 질병을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11가지로 정했다. 여기에 하부 질환까지 더하면 모두 20가지 넘는 등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유산과 불임 항목은 제외했다.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이 같은 개연성을 담보하지 않은 채 보상이 이뤄질 경우 보상에 쓰일 기금이 빠르게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불임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어서 위자료 등의 형태로 물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지급된 산업재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보니 기준을 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현창종 광장노무법인 대표는 "유산, 불임이 보상 기준에 들어간다면, 재정 고갈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회사는 보상금 지급 여력에 따라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를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보상 기준이 생겨도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상 기간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반올림은 질병의 잠복기간과 무관하게 병에 걸리면 무조건 돈을 줘야 한다는 식의 무리한 주장만 펼치고 있다.

    반면 삼성은 1996년 이후 퇴직자를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잠복 기간을 의미하는 보상 기간을 최대 14년까지 비교적 넉넉하게 인정해준 것이다. 다만 2011년 1월 1일 이전에 1년 이상 근무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이 질병에 대해 직접 보상을 실시한 예가 아예 없어 보상 기간의 길고 짧음을 가늠할 순 없다"고 전제한 뒤 "일반적으로 보면 질병의 잠복 기간을 고려해 소멸시효를 계산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잠복 기간 역시 역학조사 등을 거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인자가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인과관계가 드러나야 설정이 가능한데 현재로선 이런 상황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올림은 한 술 더 떠 본사, 협력사 구분 없이 보상금을 나눠주고 있는 삼성에 대해 협력사 직원에 한해 일부에게만 보상금이 나가는 등 차별이 있을 것이라는 허위 사실까지 퍼뜨리고 있다.

    삼성과 보상 협의를 벌이고 있는 A씨는 "반올림에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서류를 내라고 해서 제출했다"며 "그런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지금은 삼성 측에 보상금 신청을 넣어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