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가족들 독자 행보… "반올림·조정위 모두 문제 해결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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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올림 모습. ⓒ뉴데일리경제DB.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이번엔 삼성전자에게 순이익의 0.05%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당초 출연키로 한 1000억원에 더해 또 다시 돈을 더 달라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번번히 상식 밖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시간만 허비하는 반올림에 대해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목소리와 함께 삼성 돈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려는 숨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분쟁 해결 역할을 맡은 조정위원회가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의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조정회의를 열었다. 피해 가족으로 구성된 가대위(가족대책위원회)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반올림만 참석했다.
당시 회의가 끝난 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기자들과 만나 "반올림이 조정위 권고안에 대해 15개의 보상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며 "수정안에는 삼성전자의 순이익 0.05%를 매년 1분기에 사단법인이 활동하는 동안 보상적립금으로 내놓으라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올림은 지난 8월 3일 조정위에 제출한 수정 제시안을 통해 삼성전자가 순이익의 0.05%를 사단법인의 보상적립금으로 기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순이익의 0.05%는 지난해와 재작년 기준으로 각각 120억원과 150억원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송창호 가대위 대표는 "도대체 반올림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 단체인지 의심스럽다"면서 "받아드려지지 않을 것이 뻔한 데다 주장 자체가 허무맹랑해 달리 할 얘기가 없다"고 힐난했다.
가대위는 조정위와 반올림이 문제 해결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회의 참여도 거부한 것이다. 가대위는 현재 삼성과 독자적으로 보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빠르게 보상 문제를 매듭 짓고 사고 예방 대책을 삼성과 함께 세우겠다는 게 가대위 측의 생각이다.
앞서 반올림은 삼성에 대해 '공익법인 설립'을 골자로 하는 조정위 권고안에 따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삼성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공익법인은 전체 출연금 1000억원 중 30%인 300억원까지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돈만 태우고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는 구조다. 더욱이 시민단체가 추천한 이사들이 추가로 돈을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내야 한다.
때문에 현행법상 직접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게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업병 피해 가족들조차 공익법인 설립을 원하지 않고 있다. 순이익의 0.05%를 기부하라는 이번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법적 책임을 다한 삼성이 대승적 차원에서 1000억원을 내놓겠다고 했으면 거기서 끝난 것이다"면서 "반올림이 삼성 주주도 아니고, 한국 정부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가업 돈을 해마다 가져가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기업에게 법 외에 민간단체 관리·감독까지 받으라는 건 억지에 불과하다"면서 "사단법인 설립에 집착하는 반올림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지금처럼 비슷한 주장만 반복한다면 또 다른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