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노래 따라 부르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기 무섭다" "어른들 일에 아이들 피해 '심각' 불구, 경찰 "막을 방법 없다" 나몰라라
  • ▲ 1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 반올림의 집회 모습.ⓒ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 1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 반올림의 집회 모습.ⓒ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어린이집 가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에서부터, 농성장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린이까지.'


    지난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때문에 애꿎은 어린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20일 본지 취재결과, 반올림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집회장 주변에는 3곳의 어린이집이 몰려있다. 이 중 두 곳의 경우, 집회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닿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이 여과 없이 울려 퍼지는 시위 구호와 노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들 3곳의 어린이집에는 모두 30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업무시설 밀집지역이다 보니 아이들은 보통 부모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침 7시쯤 등교해 오후 5시 이후 집으로 돌아간다.

    한 어린이집 학부모는 "아이가 시위하는 모습을 무서워하는 바람에 어린이집 등교까지 거부하고 있다"며 "어린이집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농성을 오랜기간 이어가도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농성장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가 걱정 돼 요즘 밤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했다.

    집회장 인근 아파트단지 내 한 어린이집 원장도 "아이들 잠재의식 속에 시위 참가들의 과격한 말들이 스며들갈까 우려스럽다"면서 "어른들이 겪는 소음피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반올림이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어른들 일에 끼인 아이들만 고통을 받는 꼴이 됐다. 이날 오후에도 반올림은 "삼성은 산업재해를 인정하라. 이 개XX야"라는 식의 욕설을 퍼부으며 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집회의 자유라고 해도 제3자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면서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까지 고통을 입는다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한편, 반올림은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발족한 보상위원회의 보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해결에 핵심 열쇠를 쥔 가대위(가족대책위원회)가 보상위 활동을 찬성하는데다, 대다수 실제 피해자들도 삼성전자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반올림의 주장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