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보상' 급물살... "반올림, 나홀로 반대"
  • ▲ 강남역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올림 모습. ⓒ뉴데일리경제DB.
    ▲ 강남역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올림 모습. ⓒ뉴데일리경제DB.



    야권과 일부 진보 진영의 묻지마식 지원사격이 반올림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개별적 보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형사상 소송 포기(부제소 합의)와 비밀유지 의무 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당시 증거물로 '수령 확인증'이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는 의혹 제기를 통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 의원 측 역시 "삼성이 피해 보상이 먼저라는 논리를 앞세워 그동안 이 싸움을 진행해온 반올림을 떼어놓는 형국인 것 같아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며 반올림을 돕기 위해 나섰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의도는 크게 빚나갔다. 보상 대상자들로부터 은 의원이 내놓은 수령 확인증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 대책위원회(가대위)' 송창호 대표는 "보상창구를 개설한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수령 확인증을 본 적이 없다"며 "실수로 잘못된 서류가 전달됐을 수도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고 보상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반올림을 구할 카드는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먼저 부제소 합의의 경우 손해배상과 관련한 합의문을 작성할 때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문구 중 하나다. 반올림을 돕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조차 이 문구를 마찬가지로 쓰고 있다.

    비밀유지 의무 또한 보상 대상자들간 수령액 차이에 따른 분란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항으로 분류된다. 네이버와 다음 등 대다수 기업들도 약관이나 합의문을 작성할 때 이 조항을 활용한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번 합의문에 예외적으로 비밀유지 의무를 넣지 않았다. 보상 대상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은 의원의 발표 다음 날인 23일에는 바쉬쿠트 툰자크(Baskut Tuncak) 유엔(UN) 인권 특별보고관이 반올림을 거들었다.

    툰자크 보고관은 "삼성전자가 보상만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며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삼성의 반론은 쏙 뺀 채 반올림과 같은 목소리만 낸 것이다.

    이처럼 유엔이라는 공신력을 내세워 삼성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엔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엔 인권위원회 내에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곳을 포함해 많은 분야가 있는데 노동 분야만큼은 진보성향이 뚜렷하다"면서 "툰자크 특별보고관의 얘기는 개인의 의견일 뿐 유엔의 공식 입장은 아니어서 큰 의미를 둘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툰자크 특별보고관은 미국 변호사로서 유엔의 정식 직원이 아닌 만큼 이날 발언 역시 유엔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올림이 만들어진 초기 단계부터 지원 활동을 전개해온 국제운동(ICRT)는 더 노골적으로 반올림 입맛에 맞는 주장만 펼치고 있다.

    ICRT는 지난 2012년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이 뽑는 최악의 기업 조사에서 삼성전자가 3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 140명이 암진단을 받고 50명이 사망했다'는 반올림의 거짓 주장이 조사 결과에 반영되도록 힘을 쓴 것이다.

    이들이 밝힌 숫자는 20만명에 이르는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일어난 암 발생 건수를 모두 더한 규모다. 삼성을 망신주기 위해 꼼수를 부린 셈이다. ICRT 설립자 테드 스미스는 수차례 한국에 들어와 반올림을 격려하는 등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반올림은 삼성을 가해자, 자신들을 피해자로 모는 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만 되풀이한다면 스스로 친 덫에 걸려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삼성은 대승적 차원에서 1000억원을 출연, 협력사 직원까지 돕겠다고 나섰는데 반올림과 지원 세력들은 보상액만 키우려 혈안이 돼 있다"며 "이제는 삼성이 피해자고 반올림이 가해자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1차로 반도체사업장 퇴직자 30명을 대상으로 보상금 지급과 합의를 완료했다. 현재 보상 신청과 서류 제출이 한창 이어지고 있어 이달 말에는 보상금 수령자가 최소 5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